‘이건희 기부금’ 5000억 받고도 병상계획 축소된 중앙의료원
김소영 기자 2023. 1.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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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유족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에 써달라며 2021년 4월 정부에 7000억 원을 기부했다.
새로 짓는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운영 주체인 국립중앙의료원은 현재 약 500병상 규모다.
이를 중앙의료원(800병상), 중앙감염병전문병원(150병상), 중앙외상센터(100병상)를 포함한 1050병상 규모로 키우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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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유족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에 써달라며 2021년 4월 정부에 7000억 원을 기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전문 병원을 지어 달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감염병 대응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던 가운데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정부는 유족의 뜻에 따라 5000억 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 국립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에, 2000억 원은 감염병 연구에 쓰기로 했다. 20년간 의료계 숙원 사업이었던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그제야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새로 짓는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운영 주체인 국립중앙의료원은 현재 약 500병상 규모다. 이를 중앙의료원(800병상), 중앙감염병전문병원(150병상), 중앙외상센터(100병상)를 포함한 1050병상 규모로 키우려고 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최근 중앙의료원 274병상을 줄이는 등 전체 760병상 규모로 예산을 깎았다. 감염병전문병상과 달리 일반병상만 보면 중앙의료원과 동일 진료권에 이미 종합병원이 15곳이나 있고 현재 중앙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약 70%)이 낮기 때문이다. 중앙의료원의 요구만큼 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기재부의 결정을 두고 “경제성만 따진 결정”이라는 의료계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중앙의료원 내부에선 ‘기재부 탓’만 할 건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포함한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기부금만 믿은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고, 이는 예견된 결과라는 얘기다. 중앙의료원 관계자는 “기재부가 제시한 예산 축소의 근거는 모두 사실”이라며 “의료원을 1000병상 이상 규모로 키우고 싶다면 근처 병원과 차별화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상을 늘린다고 해도 의료 인력이 충분치 않다. 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의료원이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하는 동안 비(非)코로나19 환자가 줄었고 이 환자들을 진료하던 의사들은 커리어 공백이 생겼다고 느껴 병원을 떠났다”고 전했다. 의료진 사이에서는 ‘병상만 있고 사람이 없으면 좋은 병원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병상 수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은 기재부의 결정을 돌이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공의료가 중요하고 기부금도 받았으니 병상을 늘리자는 안이한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전문 병원을 만들고 싶다면 최고 병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감염병 대응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던 가운데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정부는 유족의 뜻에 따라 5000억 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 국립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에, 2000억 원은 감염병 연구에 쓰기로 했다. 20년간 의료계 숙원 사업이었던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그제야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새로 짓는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운영 주체인 국립중앙의료원은 현재 약 500병상 규모다. 이를 중앙의료원(800병상), 중앙감염병전문병원(150병상), 중앙외상센터(100병상)를 포함한 1050병상 규모로 키우려고 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최근 중앙의료원 274병상을 줄이는 등 전체 760병상 규모로 예산을 깎았다. 감염병전문병상과 달리 일반병상만 보면 중앙의료원과 동일 진료권에 이미 종합병원이 15곳이나 있고 현재 중앙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약 70%)이 낮기 때문이다. 중앙의료원의 요구만큼 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기재부의 결정을 두고 “경제성만 따진 결정”이라는 의료계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중앙의료원 내부에선 ‘기재부 탓’만 할 건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포함한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기부금만 믿은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고, 이는 예견된 결과라는 얘기다. 중앙의료원 관계자는 “기재부가 제시한 예산 축소의 근거는 모두 사실”이라며 “의료원을 1000병상 이상 규모로 키우고 싶다면 근처 병원과 차별화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상을 늘린다고 해도 의료 인력이 충분치 않다. 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의료원이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하는 동안 비(非)코로나19 환자가 줄었고 이 환자들을 진료하던 의사들은 커리어 공백이 생겼다고 느껴 병원을 떠났다”고 전했다. 의료진 사이에서는 ‘병상만 있고 사람이 없으면 좋은 병원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병상 수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은 기재부의 결정을 돌이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공의료가 중요하고 기부금도 받았으니 병상을 늘리자는 안이한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전문 병원을 만들고 싶다면 최고 병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한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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