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00만원이 청년에게 주는 무게
구미시가 전국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중앙지, 지역소식지 가릴 것 없이 구미시민들이 분통이 터진다고 아우성이라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내용인즉, 구미시가 “공무원들의 창조적 역량 강화와 글로벌 시각을 위해 배낭여행을 기획”했다면서 해외 연수 시 공무원 1인당 500만원씩 100명을 지원하는 ‘공무원 기 살리기’(경북일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구미시의 재정상황은 ‘경북 지역 중 최고 수준의 부채’이고 지방세입은 2019년 3732억원에서 2021년 2756억원으로 976억원이나 급감했는데도 공무원 연수라는 명목으로 최고 5억원의 돈을 던진다는 것이다(경향신문 2023년 1월11일 기사 갈무리).
이에 대해 포항CBS는 “‘공무원 배낭여행’ 500만원 지원?…구미 시민들 ‘분통 터져’”라고 보도했다. 구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구미경실련)은 ‘고비용과 비효율로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고 ‘맘카페’의 댓글도 ‘그럴 돈 있으면 도서관을 지어 시민들 문화적 욕구를 해소해야지, 분통터지고 세금 내는 게 억울하다’는 등 공무원들의 공짜 세계여행에 분노한 시민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1000여개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고 한다.
500만원이라는 금액의 의미는 다양하다. 첫째는 보육원에서 지내던 청소년이 18세에 퇴소하면 자립적립금이라는 이름으로 이 돈이 지원된다. 지금까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교 공부도 시켜주던 모든 지원을 중지하고 이제부터는 스스로 살아가라면서 500만원을 준다.
이제부터 혼자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이라며, 기본이라며 주는 돈이 500만원이라는 말이다.
두 번째는 20대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500만원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20대 금융채무 불이행자 42%가 500만원 이하 소액 대출자’(2022년 6월 말 기준 20대 불이행자는 8만4000명)라고 했다. ‘500만원 이하의 대출금을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자가 된 것이다. 가볍게 볼 금액이 아니다. 청년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금액이 바로 500만원이다.
이제 구미시에 묻는다. 구미시가 보육원에서 퇴소하는 청소년을, 채무 불이행 청소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데, 모든 구직자 청년들의 로망인 공무원들에게 글로벌 시각 운운하며 이 많은 돈을 또 뿌리려고 하는 것이냐?
창조적 역량 강화가 해외 배낭여행으로만 가능하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정말 많은 정보와 새로움을 향한 창조적인 내용은 책에 있다. 구미시 공무원이 얼마나 많은 책을 통해서 이런 사실을 알고 경험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먼저 물어보라. 차라리 그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데에 힘을 보태야지 돈으로 여행을 다니게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그 근거를 시민들이 충분하게 알리고, 정예부대를 선발하여 충분한 교육을 통해 바로 보고 알게 하라.
김영민 전 구미 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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