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넘어 행복 젓는 장애인 카누 인생[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23. 1. 17. 03:01
강추위 속 모자에 고드름이 달렸다. 1시간 넘게 쉬지 않고 강 위에서 노(패들)를 저었다. 허공에 튄 물이 모자에서 흘러내리다 얼었다.
2022년 1월 충북 충주시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동계 집중 훈련을 하던 김범식 씨(56)의 모습이다.
그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카누 경기에서 첫 금메달을 딴 선수이자 최고령 금메달리스트였다. 2019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카누가 전시 종목으로 채택돼 대회 사상 처음으로 열렸을 때 52세였던 그는 10세 아래 선수와의 경쟁에서 앞서 남자 200m 스프린트 KL3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대회는 열리지 않았고, 정식 종목이 된 2021년과 2022년 대회에서 연속 은메달을 땄다.
훈련할 때는 보통 한 번에 4km 정도를 왕복하지만 길게 훈련할 때는 16∼20km를 오가며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노를 젓기도 한다. 어깨와 팔이 끊어질 것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여기에 배에서 내린 뒤 턱걸이 12개, 팔굽혀펴기 30개, 윗몸일으키기 30개를 1세트로 묶어 7세트 반복한다. 온몸이 녹초가 된 상태에서 오히려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며 정신력과 체력을 강화한다. 모자의 고드름은 이런 극한 훈련과 열정의 상징이다.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그는 2010년 친구의 권유로 카누 일일 체험을 했다. “처음 탈 때 겁도 났지만 좁은 배 안에 몸을 넣고 물 위에 떴을 때 동등함과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상체를 주로 사용하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덜하고, 뛰고 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배를 타고 자유롭게 나아가는 물 위에서는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6년 넘게 동호회 활동을 하며 강원도 인제 내린천 등지에서 고난도 급류 체험을 했다. 많은 연습을 통해 배가 뒤집어졌을 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에스키모롤’이라는 기술도 익혔다. 바다에서도 30∼40km씩 노를 저었다. 이때 강한 팔심과 짧은 머리 모양을 본 아들이 영화 속 캐릭터에 빗대 지어준 ‘울버린’이라는 별명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그는 2017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패럴림픽 등에 대비해 장애인 카누 저변 확대를 위한 사업을 시작할 당시 이 사업에 참여했던 심병섭 전 해양경찰청 카누 감독과 만났다. 함께 전국을 다니며 카누 강습회를 했다. 에스키모롤 시범을 보이며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심어주고자 했다. 그 자신은 심 전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장애인 중 처음으로 카누 스프린트 선수가 되려는 훈련을 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배 밑바닥을 더 좁게 만든 경주용 배(K1)를 타자마자 오랜 시간 카누를 익혀온 그도 “3초 만에 뒤집혀 물에 빠졌다”고 할 만큼 낯설었다. 한동안 그는 심 전 감독이 지도하는 팀을 따라다니며 남는 시간에 개별 지도를 받았다. 외롭고 힘든 길이었다.
그는 기술뿐만 아니라 용기와 희망을 전파하고 싶었다고 했다. 불편한 자신의 몸을 드러내야 하고 주변의 도움 없이는 배를 물가에 가져가기 힘들었기에 물에 가기 두렵고 거부감이 들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속에 뛰어들어 어울리고, 기록 경신을 추구하며 더 나은 자신이 되고자 애쓰고, 함께한 이들과 막걸리 한잔 나누면서 느낀 동료애가 계속 나아가게 한 동력이었다고 했다.
독일 유학 후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런 스포츠 활동을 통해 장애인들도 더 자신감 있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요즘도 장애인을 만나면 스포츠 활동을 하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 이들에게든 위안과 용기를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노력은 결실을 맺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경기가 열릴 만큼 선수들이 늘었다. 올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한국 선수 3명이 출전 자격을 얻는 등 기량도 발전했다.
2022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끝난 뒤 은퇴했지만 그의 항해는 멈추지 않고 있다. 7일 선수들을 주축으로 출범한 대한장애인카누협회 초대 회장이 됐다. 선수 육성과 발굴 및 권익을 위해 힘쓰고자 한다. 첫 금메달리스트가 첫 회장이 됐다. 홀로 시작했지만 여럿이 하는 더 큰 항해를 이끄는 데 앞장섰다. 더 많은 희망과 활력이 전파되기를 바라면서.
2022년 1월 충북 충주시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동계 집중 훈련을 하던 김범식 씨(56)의 모습이다.
그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카누 경기에서 첫 금메달을 딴 선수이자 최고령 금메달리스트였다. 2019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카누가 전시 종목으로 채택돼 대회 사상 처음으로 열렸을 때 52세였던 그는 10세 아래 선수와의 경쟁에서 앞서 남자 200m 스프린트 KL3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대회는 열리지 않았고, 정식 종목이 된 2021년과 2022년 대회에서 연속 은메달을 땄다.
훈련할 때는 보통 한 번에 4km 정도를 왕복하지만 길게 훈련할 때는 16∼20km를 오가며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노를 젓기도 한다. 어깨와 팔이 끊어질 것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여기에 배에서 내린 뒤 턱걸이 12개, 팔굽혀펴기 30개, 윗몸일으키기 30개를 1세트로 묶어 7세트 반복한다. 온몸이 녹초가 된 상태에서 오히려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며 정신력과 체력을 강화한다. 모자의 고드름은 이런 극한 훈련과 열정의 상징이다.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그는 2010년 친구의 권유로 카누 일일 체험을 했다. “처음 탈 때 겁도 났지만 좁은 배 안에 몸을 넣고 물 위에 떴을 때 동등함과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상체를 주로 사용하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덜하고, 뛰고 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배를 타고 자유롭게 나아가는 물 위에서는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6년 넘게 동호회 활동을 하며 강원도 인제 내린천 등지에서 고난도 급류 체험을 했다. 많은 연습을 통해 배가 뒤집어졌을 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에스키모롤’이라는 기술도 익혔다. 바다에서도 30∼40km씩 노를 저었다. 이때 강한 팔심과 짧은 머리 모양을 본 아들이 영화 속 캐릭터에 빗대 지어준 ‘울버린’이라는 별명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그는 2017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패럴림픽 등에 대비해 장애인 카누 저변 확대를 위한 사업을 시작할 당시 이 사업에 참여했던 심병섭 전 해양경찰청 카누 감독과 만났다. 함께 전국을 다니며 카누 강습회를 했다. 에스키모롤 시범을 보이며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심어주고자 했다. 그 자신은 심 전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장애인 중 처음으로 카누 스프린트 선수가 되려는 훈련을 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배 밑바닥을 더 좁게 만든 경주용 배(K1)를 타자마자 오랜 시간 카누를 익혀온 그도 “3초 만에 뒤집혀 물에 빠졌다”고 할 만큼 낯설었다. 한동안 그는 심 전 감독이 지도하는 팀을 따라다니며 남는 시간에 개별 지도를 받았다. 외롭고 힘든 길이었다.
그는 기술뿐만 아니라 용기와 희망을 전파하고 싶었다고 했다. 불편한 자신의 몸을 드러내야 하고 주변의 도움 없이는 배를 물가에 가져가기 힘들었기에 물에 가기 두렵고 거부감이 들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속에 뛰어들어 어울리고, 기록 경신을 추구하며 더 나은 자신이 되고자 애쓰고, 함께한 이들과 막걸리 한잔 나누면서 느낀 동료애가 계속 나아가게 한 동력이었다고 했다.
독일 유학 후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런 스포츠 활동을 통해 장애인들도 더 자신감 있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요즘도 장애인을 만나면 스포츠 활동을 하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 이들에게든 위안과 용기를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노력은 결실을 맺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경기가 열릴 만큼 선수들이 늘었다. 올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한국 선수 3명이 출전 자격을 얻는 등 기량도 발전했다.
2022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끝난 뒤 은퇴했지만 그의 항해는 멈추지 않고 있다. 7일 선수들을 주축으로 출범한 대한장애인카누협회 초대 회장이 됐다. 선수 육성과 발굴 및 권익을 위해 힘쓰고자 한다. 첫 금메달리스트가 첫 회장이 됐다. 홀로 시작했지만 여럿이 하는 더 큰 항해를 이끄는 데 앞장섰다. 더 많은 희망과 활력이 전파되기를 바라면서.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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