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의 기적' 돌아본 尹…UAE원전 추가수주·英 진출 기대(종합2보)
4호기 완공 땐 UAE전력 25% 담당…尹 "전략·포괄적 에너지 협력 분수령 되길"
(아부다비=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한-UAE 경제협력'의 상징인 바라카 원전을 찾았다.
아부다비 알다프라 지역에 건설된 바라카 원전은 지난 2009년 한국이 최초로 수주한 해외 원전이자 중동 최초의 원전이다.
시공을 맡은 우리 기업들을 대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도 동행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직접 윤 대통령 일행을 맞았고, 국내에 '만수르'로 널리 알려진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도 함께 했다.
바라카 원전은 현재 1·2호기가 상업 운전 중이며, 3호기는 가동 준비를 마쳤고 4호기는 내년 완공된다. 원전 4호기가 모두 가동되면 UAE 전력 수요의 최대 25%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방문에서 3호기 가동을 기념하고 4호기 건설 현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계획된 총 4기 중 2기가 운전 중이고, 나머지 2기도 곧 가동을 시작하는 바라카 원전은 한국과 UAE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대표하는 큰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팀코리아가 한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경험을 보여주었듯 한국과 UAE 양국이 바라카의 성공을 바탕으로 힘을 모아 UAE 내 추가적인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진출 등 확대된 성과를 창출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이 양국이 원자력을 넘어 수소, 재생에너지, 탄소저장포집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에너지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UAE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양국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줬으며, 원자력을 포함한 많은 주요 부문에서 양자 협력의 기회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카 원전 현장의 UAE, 한국 및 여타 국가의 근로자분들 모두의 노력으로 3호기가 준공되면서 UAE의 청정 전력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원전 사업의 글로벌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전날 한국에 대한 300억 달러(37조2천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바라카 원전을 통해 쌓은 '신뢰'를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행사 이후 바라카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팀코리아' 직원들 90여명과 오찬을 하며 사막과 고온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했다고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수석은 "바라카 현장에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 직원, 12년째 바라카에서 근무하는 직원,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알제리 출신 직원 등 근무자들의 다양한 애환과 노고를 함께 듣고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바라카 원전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그 성공의 밑거름이 된 팀코리아 관계자들이 원전 수출에 앞장서고 있는 민간 외교관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바라카 원전은 UAE가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일환이다. 내년 통용되는 UAE 최고액권 화폐에 4호기 그림을 넣기로 할 정도로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으로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UAE와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청정에너지 등 신산업 협력의 발판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바라카 원전은 대한민국이 수출한 최초의 원전이자, 일명 '사막 위의 기적'으로 땀과 헌신으로 일궈낸 양국 관계의 상징"이라며 "열악한 환경을 뚫고 해외 원전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는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거론한 '추가 원전 협력'의 의미와 관련해 "UAE 측이 추가 건설 계획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공식 제의가 온 것은 아니지만 다들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협력이라는 게 소형모듈원전(SMR) 같은 소형 원전, 핵융합 기술 등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의 고위 관계자가 비공식으로 "한국전력에서 좋은 오퍼를 하면 검토해보겠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제3국 공동 진출에 대해 "영국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실질적인 논의가 많이 이뤄졌고 서로 협약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UAE는 2009년 한국전력공사와 바라카 원전 사업 추진을 위한 주 계약을 체결했다.
한전이 주계약자로 사업을 총괄했고 한국수력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삼성물산 등이 설계·기기 제작·시공·시운전에 참여했다.
집중적인 건설이 이뤄지던 때는 전 세계 최대의 원전 사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UAE의 에미리트원자력공사는 한전과 향후 60년간 바라카 원전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8년 양국 관계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신산업 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더 긴밀한 협력 관계가 유지될 전망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양국 정상과 함께 한국 측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관계 부처 장관들이 배석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 배석했다.
이재용 회장이 만수르 부총리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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