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관습 최우선 개선 사항 1위, 돌싱녀 ‘대리 효도’, 돌싱남은?
“자기 조상에게 자기가 효도하면 되지 남자들은 왜 배우자를 통해 대신 효도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한 텔레비전 대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중 한명이 한 발언 내용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대리 효도’라는 신조어가 자주 사용된다. 조상에게 본인이 직접 효도하지 않고 배우자(아내)를 시켜서 대신 효도하려는 것을 일컫는다. 남자들이 명절 차례나 조상 제사 등에 대한 준비를 아내에게 맡기려고 하는데 대한 여성들의 불평 섞인 용어이다.
결혼생활을 경험한 돌싱(돌아온 싱글)들은 우리나라의 명절 관습 중 어떤 사항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한다고 생각할까? 우리나라의 구정 등 명절 관습 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돌싱 남성은 ‘복잡한 의례’, 여성은 ‘대리 효도’를 각각 첫손에 꼽는 것으로 설문결과에서 드러났다.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대표 손동규)와 공동으로 9일∼14일 전국의 (황혼)재혼 희망 돌싱남녀 536명(남녀 각 268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결혼 생활을 해본 결과 우리나라의 설 등 명절 관습 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할 사항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이 질문에 대해 남성은 응답자의 35.1%가 ‘복잡한 의례’로 답했고, 여성은 무려 38.1%가 ‘대리 효도’로 답해 각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
그 다음으로는 남성의 경우 ‘과도한 음식 장만(26.1%)’, 여성은 ‘시부모의 갑질(22.0%)’로 답했다.
3위로는 남녀 모두 ‘여성 중심 준비(남 18.2%, 여 18.3%)’를 들었다.
마지막 4위에는 남성의 경우 ‘처부모의 갑질(13.1%)’, 여성은 ‘과도한 음식 장만(14.5%)’이 차지했다.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우리 사회에 양성 평등 및 맞벌이 문화가 확산되면서 구정이나 추석 등과 같은 명절 때 음식 준비 등도 남녀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라며, “이런 추세 하에서 복잡한 의례를 간소화하고 명절 준비도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명절이 되면 주로 어떤 일로 배우자와 갈등이 발생했습니까?’라는 질문에서는 남성의 경우 32.1%가 ‘양가 체류 시간’으로 답해 첫손에 꼽혔고, 그 뒤로는 ‘처가 가족 구성원과의 불편한 관계(27.2%)’와 ‘처가 방문 여부(21.3%)’, ‘처부모용 선물 준비(11.2%)’ 등의 순이고,
여성은 ‘차례 준비 상 역할 분담’으로 답한 비중이 34.3%로서 가장 앞섰고, ‘양가 체류 시간(25.0%)’, ‘시가 가족 구성원과의 불편한 관계(18.3%)’ 및 ‘시가 방문 여부(14.6%)’ 등의 대답이 뒤따랐다.
이경 비에나래 총괄실장은 “명절이 되면 친가는 물론 배우자 가족을 방문해야 하고, 음식 준비 등으로 부부 모두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고통을 받기 쉽다”라며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상대를 이해하고 양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명절을 평화롭게 보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 배우자와의 결혼생활 중 부부 사이에 갈등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할 때가 언제였습니까?’에서는 응답자의 36.0%(남 35.8%, 여 36.2%)가 ‘명절’로 답해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남성의 경우 ‘처부모의 생일 등 처가의 각종 기념일(25.0%)’, ‘부부의 생일(20.5%)’, ‘부부의 결혼기념일(12.0%)’ 등의 순이고, 여성은 명절에 이어 ‘시가의 제사(26.1%)’, ‘시부모의 생일 등 시가의 각종 기념일(19.0%)’, ‘부부의 생일(10.5%)’ 등의 순을 보였다.
온리-유 관계자는 “명절에는 음식 준비 뿐 아니라 장거리 이동, 양가 방문, 경제적 부담 등등이 겹쳐 부부 모두 정신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게 된다”라며 “한편 결혼생활에서는 부부 및 양가의 기념일이나 행사 등에 대해 부부가 역지사지(처지를 바꾸어 생각함)의 정신으로 임해야 가정의 평화를 도모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우리나라 고유의 오래된 명절 문화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관행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라며 “남녀 및 세대의 벽을 조화롭게 극복할 때 모두가 명절을 즐겁고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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