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김만배-기자 스캔들 사건,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미디어오늘 2023. 1. 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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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385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언론인 출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와 돈거래 한 사실이 드러나자 언론인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사표를 냈다. 해당 매체 모두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당사자는 더 이상 펜을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소속 매체는 신뢰의 위기로 판단한 결과다.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을 적당히 봉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한번 떨어진 언론에 대한 불신은 깊은 상처마냥 각인돼 있는데 대충 반창고를 붙이고 상처가 안 보인다고 우기는 꼴이다.

기자 돈거래 사건이 아니라 돈거래 사건 이후 변한 언론계로 주목을 받도록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양심 고백이다. 지금부터라도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은 기자가 추가로 있는지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알리는 것이다.

돈거래 사건이 터지자 시민들은 이뿐이겠느냐라는 의구심을 쏟아냈다. 마음 졸이며 김만배의 입을 바라보거나 검찰이 흘린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의 나날을 보낼 기자들에게 언론사가 양심고백할 창구를 열어주고 진상 조사 결과를 알리는 과정을 밟는다면 독자에게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다.

들키지 않으려고 애만 쓰다 또 하나의 불신 매체가 되느니 전수조사해서 돈거래하거나 혹은 로비를 받은 기자에 대한 진상을 하루빨리 밝히는 게 낫지 않겠는가. “김만배가 현직 기자 최소 7명의 술값 수천만원을 대납해줬다”는 보도의 장본인이 밝혀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월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2년 3월 동아일보의 <남욱 “김만배, 기자 집 사준다며 돈 요구… 6억 전달”>이라는 보도에서 “2019년 5월 모 중앙일간지 기자의 집을 사줘야 된다고 하면서 저와 정영학 회계사에게 3억 원씩 가져오라고 했고, 실제로 줬다”라고 한 남욱 변호사의 진술이 나왔을 때 우리 언론계가 주목해 자정 노력을 펼쳤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의 질문도 해볼 수 있겠다.

당시 보도에 거론된 한겨레 기자는 또 다른 기자에게 자신이 돈을 거래한 당사자라고 털어놨지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언론사 내부의 자정 시스템이 자리잡았다면 조치가 있었을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언론계에 던지는 경고로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겨레는 진상조사에서 동아일보 보도 내용을 인지한 제3자가 있었는지 등 낱낱이 밝히지 않으면 더욱 의심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뒷북 대응을 했을 때 수습은 더욱 어려워진다.

다른 매체에서도 추가로 스캔들이 나오기 전 자사 기자들이 연루됐는지 강도높은 조사와 조치를 하고 털고 가는게 낫다는 얘기다. 유관단체에서 언론계 비리 내용을 신고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하더라도 창구를 열어둠으로써 해당 사건 해결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부정청탁금지법 교육도 재정비해야 한다. 기자 취재 행위에 대한 해당법 위반 실사례를 정리하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식의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면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취재 일선 현장에서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법은 존재하는데 인식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카메라 뒤로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사건에서 빠지지 않는 요인으로 법조출입기자단이 거론되는데 말로만 떠들지 말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법조출입기자단 문제의 핵심은 카르텔이다. 자기들만이 정보를 독점하는 구조 하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김만배는 법조출입기자단만 구워삶으면 기사 보도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법조출입기자단이 개방돼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로비의 대상에도 끼지 못했을 것이다.

언론계가 법조출입기자단 폐해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할 시간이 왔다. 법조출입기자단 존재 이유를 모두 꺼내놓고 따져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반성문을 쓸 시간은 지났다. 신뢰 구축을 위해선 김만배-기자 스캔들에 대해 언론계의 구체적이고 분명한 해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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