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세련된 스파이 영화의 또 다른 정의[TF씨네리뷰]

박지윤 2023. 1.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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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환상적인 앙상블과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의 만남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유령'은 이해영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세련된 미장센, 첩보 액션과 추리극이 뒤섞인 복합장르의 스파이 액션 영화다. /CJ ENM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유령은 누구인가'. 의외로 빠르게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밀실 추리극에서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는 스파이 액션으로 변주한다. 스크린으로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담은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이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다. '독전'의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유령'은 중국 상해를 헤집어놨던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다. 어느 날 '유령'은 조선 총독부 신임 총독을 암살하려다가 실패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상해에서 '유령'을 몰살한 줄 알았던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 분)은 경성에 숨어든 '유령'을 색출하기 위해 용의자들을 가파른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호텔에 가둔다.

설경구는 무라야마 쥰지 역을, 이하늬는 박차경 역을 맡아 강렬한 액션합을 맞춘다. /CJ ENM 제공
용의자는 경무국 소속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설경구 분)와 통신과 암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분), 총독부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분), 통신과 암호해독 담당 천계장(서현우 분), 통신과 말단직원 백호(김동희 분)까지 총 다섯 명이다.

조선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무라야마 쥰지는 군시절 경쟁자였던 카이토보다 먼저 '유령'을 잡아 경무국으로의 복귀를 꿈꾼다. 박차경은 신임 총독 암살 시도 당일 유령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고, 유리코는 기죽지 않고 카이토에 맞선다. 천계장은 오직 집에 두고 온 고양이 하나짱만 생각한다.

이곳에서 반드시 살아남아 총독 암살 작전을 성공해야 하는 '유령'과 그를 잡아하야하는 이들, 그리고 집에 가야만 하는 인물까지. 각자의 목적을 두고 서로를 향한 의심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과연 '유령'은 자신의 정체를 끝까지 숨기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스타일리시한 영화'. 지난달 18일 열렸던 '유령'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작품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꽤나 번지르르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적절한 단어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다.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라는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하는 만큼 '유령' 속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호연을 타고 저마다 뚜렷한 색깔을 낸다.

박소담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유리코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CJ ENM 제공
작품은 한정된 공간인 호텔에서 '유령'을 찾는 밀실 추리극인 줄 알았지만, '유령'의 정체는 예상보다 빨리 베일을 벗는다. 러닝타임 내내 '그래서 유령이 누구지?'를 쫓아가는 걸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유령'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2막을 여는 작품은 '유령'의 시점에서 쉴 틈 없이 질주하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 가운데 설경구와 이하늬는 두 개의 굵직한 액션합을 맞추는데 성별과 체급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사람 대 사람, 캐릭터 대 캐릭터로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특히 두 사람이 액션을 펼치는 포인트가 전혀 달라 재미를 더한다. 무라야마 쥰지로 분한 설경구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박차경으로 분한 이하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독기 가득한 액션으로 극강의 몰입도를 선사한다.

반전의 인물은 박소담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리코로 분한 그는 절대 기죽지 않는 뜨거운 에너지로 호텔 안팎을 휘젓고 다니며 박해수와 대립하고, 날렵한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새로운 얼굴을 선사한다.

여기에 100% 일본어 대사를 소화한 박해수는 완벽한 감정과 액션 연기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체중 증량부터 수염과 안경 등으로 외적인 변신을 꾀한 서현우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각 캐릭터가 가진 고유의 색부터 호텔의 고풍스러운 미술, 강렬한 색감의 대비 등 한 편의 연극같이 치밀하게 계산된 것들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과함조차 계산된 '유령'에 우연 같은 건 없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33분이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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