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급 복서의 부드러운 질주...이 SUV 반전매력 있네 [시승기]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2023. 1. 1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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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타보니

상품 브랜드명에 ‘스포츠’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대표 사례가 샤넬 남성 향수인 ‘알뤼르 옴므 스포츠’다. ‘샤넬’ 하면 떠오르는 럭셔리함에 ‘스포츠’하면 떠오르는 역동성·생동감·젊음 등의 이미지가 더해졌다. 시원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향에다, 샤넬이 주는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면서 알뤼르 옴므 스포츠는 많은 남성들의 선택을 받았다.

자동차 브랜드명이나 트림(세부모델·등급)에도 스포츠가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캐딜락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T5 스포츠’, BMW의 ‘320i M 스포츠’, 쌍용차 픽업트럭인 ‘뉴 렉스턴 스포츠&칸’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주목 받은 차를 꼽는다면 최근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가 출시한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RRS)는 지난 2005년 처음 출시 됐으며, 이번에 선보인 건 10년 만에 완전 변경된 3세대 모델이다.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이 적용된 I6 인제니움 가솔린·디젤 엔진을 탑재한 P360 다이내믹 SE, P360 다이내믹 HSE, D300 다이내믹 HSE, P360 오토바이오그래피까지 모두 4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개별소비세 30% 인하 적용 기준 P360 다이내믹 SE가 1억3997만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P360 오토바이오그래피가 1억5807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시승을 한 건 P360 다이내믹 HSE였다.

스포츠를 붙였다고 해서 레인지로버 특유의 육중함에서 오는 압도적 분위기에는 변화가 없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최초로 선택 가능 색상에 추가된 ‘바레신블루(Varesine Blue)’는 스포츠 보단 럭셔리 이미지에 더 어울렸다.

거대한 바퀴(타이어 규격: 285/45R22), 그 위에 크고 두꺼운 자동차 문 그리고 탈 때 보단 내릴 때 더 실감나는 높이(1820mm) 등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첫 인상이었다. 그때 알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종목’은 구기(球技) 보단 투기(鬪技)에 가깝다는 사실을, 그것도 헤비급으로 말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또 다른 거대함이 눈을 사로잡는다. 13.1인치 크기 터치스크린이다. 대시보드 중앙 아래쪽에 위치했지만, 시선을 전방에 고정한 상태에서 곁눈질만으로 티맵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어 편리했다.

터치스크린 속 소프트웨어는 상도 받았다는 랜드로버의 ‘피비 프로 인포테인먼트’다. 이 기술의 특징은 두 번의 터치만으로 90%의 기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결코 과장된 선전이 아니다. 화면서 선택할 수 있는 메뉴로는 내비게이션·계정·시트·실내 온도·카메라·발렛 모드·에코 데이터·음성·실내조명·공기 품질·환기 등이 있다.

시승날 미세먼지 상태가 ‘매우 나쁨’이었는데 레인지로버 스포츠 실내는 주행 내내 ‘매우 좋음’이었다. 차량에 차세대 실내 공기 정화 기술이 적용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비롯한 각종 냄새·박테리아·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감소시켜 쾌적한 실내 공기 질을 유지한다는 게 재규어 랜드로버 측 설명이다.

실내조명은 밤에 운전할 때 기분 내는 용도인데, 다이내믹 레드·포레스트 그린·오션 블루 등 여러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차량 내부 조명은 주차장처럼 어두운 곳에서 큰 공간 전체를 비추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안전벨트를 끼우는 곳에서도 빛이 나오는 섬세함이 어둠 속 불편함을 만회했다.

주로 도심에서 차를 몰다보니 장거리 고속 주행 기회는 없었으나, MHEV 시스템의 정숙성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제조사 측은 향상된 응답성과 반응성도 MHEV 시스템의 특징으로 내세우지만, 가속 페달을 천천히 밟을 때와 차가 앞으로 나아갈 때의 시차가 오히려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레인지로버에서 ‘스포츠’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건 운전석, 이른 바 ‘드라이빙 포지션’이었다. 이를 랜드로버는 조종석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콕핏’ 구조라 설명한다. 확 트인 전방위 시야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뒷좌석에 앉은 이들도 느낄 수 있는 레인지로버만의 장점이다.

또 다른 스포틱함은 거대한 트렁크(용량: 835리터)와 500ml 음료수 4개를 저장할 수 있는 앞좌석 센터의 콘솔 냉장고에서도 감지된다. 트렁크는 기대를 충족하는 수준이라면, 냉장고는 ‘역시 좋은 차는 다르다’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이다. 냉장고 공간이 나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영유아를 키우는 가족의 경우, 주행 중 이유식을 보관함으로써 짐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 육아 관점에서 보면 카시트와 결합하는 고정 장치(아이소픽스)가 끼우기 쉽게 도출돼 있어 편리했다. 그밖에 P360 다이내믹 HSE가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초다.

도심에서 레인지로버의 ‘스포츠함’을 느끼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목적지 도착과 함께 육중한 문을 활짝 열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를 하나 꺼내, 높은 운전석에서 힘차게 뛰어내리기엔 주차된 옆차와의 간격이 신경 쓰이기 일쑤였다. 그러나 주중 일상이 아닌, 주말 도시 탈출에 자동차 선택이 기준이 맞춰져 있다면,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새 차 후보 리스트 최상위권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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