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동원 해법 논의, ‘일본의 성의있는 조치’ 입장 차 여전
한일 외교당국이 일제 강제동원(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풀기 위한 국장급 협의를 진행했지만, 일본 피고 기업의 자금 출연을 놓고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됴쿄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 관련 국장급 협의에는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참여해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국장급 협의에서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재원으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우리 정부 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국장은 협의를 마친 후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12일 개최한 강제징용 해법 관련 공개 토론회 결과를 전하며 국내 분위기도 전달했다”며 “저와 후나코시 국장은 앞으로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한국 측은 이날 일본 측의 성의있는 호응 조치로 ‘사죄와 기여’를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성의있는 호응을 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국내기업의 기부금을 통한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 측은 원칙적으로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강제징용 피고 기업의 자금 출연은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양국 간 인식 차가 있다”며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담보된 이후에야 한국이 최종 해결안을 발표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발표 시점을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용 해법이 발표되면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도 해제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본이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적용한 만큼 순차적으로 풀릴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12일 진행한 공개 토론회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를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피고 기업의 역할이 빠진 해결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측은 정부가 일본 피고기업 대신 국내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를 통한 대위변제’ 방식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서 정부가 형식적인 토론회를 명목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방안을 진행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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