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과 닮은…‘다중위기’ 앞의 다보스포럼
우크라전쟁 등 난제 산적
“부자들 사교모임” 비판 속
현실적 대안 제시엔 회의적
1924년 독일에서 출간된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은 스위스 다보스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23세 청년 한스 카스토르프는 알프스 산중에 있는 다보스의 한 요양원에서 결핵을 치료하면서 인문주의자, 공산주의자, 낭만주의자 등 당대 유럽 사회를 보여주는 다양한 인물들과 만난다. 다보스에서 유럽의 축소판을 경험한 카스토르프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참전을 결심하고, 소설은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16일(현지시간)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약 100년 전 다보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 <마의 산>과 닮아있다고 짚었다. 세계 보건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경기 침체, 미·중 갈등 등 ‘다중위기’와 지정학적 문제가 얽히고설킨 현실이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을 앞둔 100년 전 상황과 묘하게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다보스포럼에 모이는 세계 주요 인사들이 1차 세계대전 발발로 평화와 통합의 시대가 막을 내렸던 1914년 상황이 재현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올해 다보스의 슬로건은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다.
다중위기는 세계 각국이 직면한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프랑스 학자 에드가 모린이 1990년대 처음 사용한 용어인 다중위기는 여러 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도래하는 현상을 뜻하는데, 위기들이 합쳐져서 더 큰 위기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미·소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 중 한 진영이 승리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었으며, 1980년대에는 시장이 경제를 효율적으로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는 단일 원인과 해결책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보건위기를 겪은 세계는 동시에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져온 에너지난과 인플레이션에 세계 각국은 신음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중위기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올해 다보스포럼 리더들에게 던져졌다.
하지만 실제로 다보스포럼에서 100년 전의 위기를 되풀이하지 않을 ‘협력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낮다. 다보스포럼은 값비싼 참가비(7만1000달러) 등으로 부자들의 사교모임으로 비판받아온 지 오래다. 스위스 녹색당은 다보스포럼에 모이는 지도자들을 향해 “눈 속의 뚱뚱한 고양이들”이라 비판했고, 가디언은 “비밀리에 거래를 하는 거대한 글로벌 토크쇼”로 묘사했다.
이러한 시선을 의식한 듯 글로벌 기업 리더들과 스킨십을 즐겼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 참석하지 않는다. 유럽 주요국 정상 중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만 참석 의사를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다보스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는다.
FT는 “<마의 산> 속 요양원의 실제 배경인 샤츠알프 호텔에 서면 다보스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며 “다보스에 오는 리더들은 그곳에 서서 100년 전 전쟁과 재해로 엉망이 된 세계를 떠올리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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