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 전 단발령 때부터 현재까지…‘서걱서걱’ 추억 깎는 이용원
1895년 한양 곳곳에 생겨나
한국인 첫 개업 ‘동흥이발소’
1928년에 문 연 ‘성우이용원’
공덕동에서 3대째 운영 중
1895년 조선 남성들에게 상투를 자르라는 단발령이 내려졌다. 이후 한양 곳곳에 ‘개화당(開化黨) 제조소’가 생겼다. 현재 이용원·이발소의 조선 시대 이름이다. 1915년 226개였던 서울의 이용원은 2022년 2500여개가 됐다. 1928년 개업해 10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킨 ‘성우이용원’과 1954년부터 지금 터에 영업 중인 ‘문화이용원’은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기록되지 않은 근현대 모습을 담기 위한 서울미래유산기록 사업을 통해 지난해 낙원떡집과 대장간에 이어 이용원 편을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일제강점기 서울에는 일본인 이용원이 가장 먼저 문을 열었고 이어 조선인과 중국인 이용원이 개업했다. 한국인 최초 이용원은 1901년 인사동 조선극장 터에 자리 잡은 ‘동흥이발소’다. 황제 전속 이용사였던 안종호는 광화문 근처에 ‘태성이발소’를 열었다.
1915년 서울에서 영업 중이었던 이용원 가운데 조선인 점포가 140곳(62%)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인 점포는 70곳이었다. 가장 적었던 중국인 이용원은 현재 중구 지역에 밀집했는데 ‘당(堂)’자를 붙인 이름이 많았다. 소공동 ‘용승당(湧勝堂)’, 정동 ‘복성당(復成堂)’ 등이다.
이용원은 1960~1980년 장발 단속으로 전성기를 맞는다. 1974년 6월부터 서울경찰청이 ‘장발족’에 대한 무기한 단속을 하면서 엄격한 두발 규정이 일상화됐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성우이용원’은 1928년부터 공덕동 현재 자리(마포구 효창원로 97길 4-1)에 있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이용 면허를 딴 서재덕씨가 개업한 뒤 1935년 사위인 이성순씨가, 1971년 아들 이남열씨가 이어받아 3대째 운영 중이다.
반세기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이용원’(종로구 혜화로 7)은 혜화동 명사들의 사랑방이었다. 1940년대 처음 가게를 연 창업자는 한국전쟁 중 실종됐고, 1954년 이상기 이용사가 현재 자리로 이전했다. 당시 손님이었던 지덕용 이용사(83)는 열일곱 살에 보조원으로 이곳 일을 시작해 1969년 이용원을 인수한 뒤 2022년까지 67년의 세월을 문화이용원에서 보냈다.
현재 서울의 이용원은 송파구(135곳)에 가장 많고 서대문구(65곳)에 가장 적다. 이용원은 영등포구(128곳)에, 바버숍은 강남·마포구(각 24곳)에 가장 많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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