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문 닫는 사학에 지원금, 줄폐교 부를라

남지원·조미덥 기자 2023. 1. 16. 21: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해산지원금 지급 검토
‘학교법인’ 사유재산 인정 명분
회생 가능 대학 폐교 선택해
학생·교수 등에 피해 우려도

정부가 자발적으로 폐교·해산하는 사립대학의 잔여재산 일부를 재단 설립자에게 해산지원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한계상황에 몰린 지방 사립대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공공재인 학교법인의 재산을 사실상 설립자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해주는 셈이고, 충분히 회생 가능한 대학들까지 줄줄이 폐교를 선택해 학생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국민의힘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해산하거나 폐교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 중 일부를 설립자에게 해산지원금으로 지급하는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사립대 법인이 구성원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자발적으로 해산하기를 원하면 구조개선위원회 심의를 거쳐 잔여재산 평가액의 일정 한도 내에서 해산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학교법인 내 일부 대학을 폐교할 때 폐교된 학교 재산의 일부를 폐교장려금으로 지원하는 안도 검토한다. 이 안은 이날 오후 열린 교육개혁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안건에 오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이 해산할 경우 남은 재산을 정관에서 지정한 다른 학교법인에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교육 관련 법령을 위반한 ‘비리사학’은 설립자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관여한 학교법인에 재산을 넘길 수 없고 국고에 귀속된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세가 심각해지면서 대학들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각각 사립대 구조개혁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두 법안에는 학교법인이 해산됐을 때 잔여재산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 귀속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사학재단 설립자가 학교 문을 닫고 대학이 갖고 있던 부동산 등을 활용해 요양원·장학재단 등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내용이다. 정부와 여당이 검토하는 안이 현실화하면 여기서 더 나아가 학교 재산의 일부를 설립자 개인에게 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사립대 학교법인의 잔여재산 일부를 해산지원금으로 지급하자는 안은 이전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추진됐다. 초·중·고 통폐합에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초·중·고 운영 학교법인이 해산했을 때 잔여재산의 30% 범위에서 해산장려금을 줬는데, 이 시기 34개 사학법인이 자진해 해산했다.

하지만 대학은 재산 규모가 초·중·고보다 훨씬 크고, 학교법인 재산은 공적 자산이라는 이유로 반대가 커 번번이 무산됐다. 다만 이 같은 안은 사학법인 재산이 공적 자산이라는 원칙과 맞지 않아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리 사학재단 설립자가 학교 문을 닫고 잔여재산을 가져가는 길이 열리는 것도 문제다. 회생 가능한 사립대들도 경영 개선 노력 대신 폐교를 선택해, 학생과 교수 등 대학 구성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지원·조미덥 기자 somni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