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혐의 피의자 “자녀 앞에서 위압적 압수수색…국정원·경찰이 인권침해”
민변·시민단체, 두 기관 고발
국정원 “적법 절차 따라 진행”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피의자 자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정원은 “적법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와 국가보안법폐지 공동행동 경남대책위 등은 16일 국정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상남도경찰청 소속 사법경찰관들을 직권남용 및 불법감금·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이들의 고발장과 진술서에는 지난해 11월9일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A씨의 경남 진주시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고발장 등에 따르면 당시 수사관들은 오전 8시 무렵 A씨의 큰아들 B군(13)이 등교하려고 현관문을 연 틈을 타 주거지에 진입했다. 수사관들은 현관문 근처에 서 있던 B군이 놀라서 가족에게 돌아가려고 하자 “학교 다녀오면 다 끝나 있을 테니 학교에 가라”며 막았다고 한다.
수사관들이 집에 들어서자 거실에는 A씨의 둘째 아들 C군(7)이 있었다.
고발장에는 ‘약 십여명이 C군을 에워싸며 모친 A씨에게 가는 것을 막았다’고 돼 있다.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하는 약 1시간 동안 놀란 C군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고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A씨는 안방에 감금된 상태로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변호인단 등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읽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던) 한 시간 동안 안방에 갇혀 아이도 못 보고, 화장실조차 이용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수사관들은 우리가 수사에 따를 때까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현장을 목격했다는 김모씨도 진술서에 “당시 A씨는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주변을 이동할 때마다 수많은 수사관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서 다녀야 했다”며 “(압수수색 후) 울며불며 학교와 어린이집을 간 B·C군을 생각하면 참담하다”고 적었다. 현재 B·C군은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 관계자는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을 행하거나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적법절차를 준수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은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과 진주, 제주에 위치한 피의자들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했다.
공안당국은 피의자들이 북한 공작원을 만나 제주, 경남 창원·진주 등에서 지하조직을 설립하고 반정부 운동을 벌이는 등 간첩 활동을 했다고 보고 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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