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속도가 미국보다 느리다고?"…'엉터리 통계' 이유는
현지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 12위…한국은 34위
"가정용 로봇인데 통신이 좋지 않아 그냥 전시만 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 참가한 해외 스마트로봇 스타트업은 출시한 미니 로봇을 거의 작동시키지 못했다. 현지 통신 품질이 좋지 않아서였다. 와이파이(wifi) 연결을 해야 작동하는데 사흘간의 전시 기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CES 2023에서 취재진 상대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 '삼성전자 비스포크 프라이빗 쇼케이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형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 신제품 시연 행사 역시 일부 차질을 빚었다.
냉장고 스크린에는 '와이파이 사용 불가. 와이파이 연결을 확인해 보세요'라는 문구가 떴다. 냉장고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요리법, 쇼핑 등 동영상 서비스를 시연하려던 삼성전자는 결국 일부 기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끝내 행사를 마쳐야 했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사진 전송만 10분, 방송은 포기"…美인터넷 속도 '굼벵이'
이러한 가운데 놀랍게도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속도는 글로벌 34위로 미국(12위)보다 한참 뒤처진다는 통계가 나왔다. 업계에선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한 '엉터리 통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6일 미국 민간 품질조사 업체 우클라(Ookla)가 운영하는 글로벌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평균 속도는 171.12Mbps(메가 비피에스·초당 100만 비트를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 전송속도 단위)으로 34위에 그쳤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는 모나코(320.08Mbps)였다. 이어 싱가포르(295.78Mbps) 칠레(291.62Mbps) 홍콩(285.25Mbps) 스위스(278.40Mbps)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276.10Mbps)은 6위, 일본(257.37Mbps)은 11위, 미국(253.36Mbps)은12위였다.
한국이 미국 인터넷 속도보다 22계단(82.24Mbps 차이)이나 뒤처진다는 통계가 나왔지만 현지 체감 속도는 판이하게 달랐다. 올 초 CES 2023 기간(현지시간 1월5~8일) 현장에서 제공되는 인터넷 환경은 상당히 열악했다. 카카오톡으로 사진 전송에만 5분에서 최대 10분, 동영상은 이보다 더 오래 걸렸다. 일부 국내 취재진은 사진과 기사 전송을 위해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구역'을 수소문해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기도 했다.
국내 한 언론사 기자는 "인터넷이 끊기는 바람에 최종 마감한 기사를 제대로 송고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인터넷 방송을 해야 하는 경우 방송 도중 끊김이 발생하거나 아예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IT 박람회'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취재진 사이에선 통신 문제로 답답해하는 목소리가 컸다.
"통신품질 측정 결과 신뢰성 의문"…뿔난 통신업계
이처럼 현실과 판이한 통계가 나온 것은 사설 조사 업체의 경우 측정 기간·건수가 짧을뿐더러 사용 장비의 신뢰성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관계자는 "도시 국가로 설비 투자비가 적은 모나코, 싱가포르가 가장 속도가 빠른 점, 국가 인프라 수준이 낮은 칠레가 빠른 점 등은 조사의 한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인터넷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말 내놓은 '2022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 따르면 국내 5세대(5G) 유선 인터넷 500Mbps급 상품의 다운로드 속도는 493.34Mbps로 전년(470.08Mbps)에 비해 향상됐다. 1Gbps 상품도 980.86Mbps로 직전 연도(962.62Mbps)에 비해 높아졌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촘촘한 5G 리커버리 .
확대를 위해 품질평가 대상 지역을 전국 85개 시의 모든 행정동 외에 주요 읍·면 지역으로까지 늘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품질 측정 결과는 인터넷 상품 종류, 장소와 시간, 측정 방법·모수, 단말 성능(CPU·메모리 등), 환경(공유기· WiFi 접속)등 다양한 환경 변수에 의해 큰 차이를 보인다"며 "조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선 정확하고 표준화된 측정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원→회장' 신화 주인공의 '승부수'…3000억 대박 터졌다
- 삼성전자, 14년 만에 이런 수치가…반도체주 '뜻밖의 전망'
- '나홀로 사장님' 427만명…"월급 줄 돈 없어 혼자 일합니다"
- "한 달 만에 940억어치 팔렸다"…설 연휴 앞두고 벌어진 일
- "집 산다는 사람이 없다"…여의도 아파트 '5억' 곤두박질
- 플라시도 도밍고 또 성추문…"주머니에 손 넣으려" 폭로
- [종합] "무기력·의욕없었는데, ♥양준혁 덕에 단번에 '약' 끊었다"('마이웨이')
- 짧아도 너무 짧아…과감한 숏팬츠에 드러난 각선미
- [종합] '돌싱' 은지원, 비혼 된 이유 있었다…"母보며 아이 낳기 싫어져" ('집사부')
- 이상순, 제주 카페 논란에 "이효리와 무관…온전히 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