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간 한 프로그램 진행… ‘세계 최장수 DJ’ 레이 코데이로 별세
70여 년간 홍콩에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며 기네스북에도 ‘세계 최장수 DJ’로 이름을 올린 전설적 라디오 DJ 레이 코데이로(Ray Cordeiro)가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블룸버그통신 등은 “팬들에게 ‘삼촌 레이’로 알려진 레이 코데이로가 13일 홍콩 중문대 메디컬센터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당신은 절대 혼자 걷지 않으리(You’ll never walk alone)’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레이는 2010년부터 심장병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케빈 영 홍콩 문화부 장관은 “홍콩 대중문화의 거물 레이는 홍콩 가요계에 큰 기여를 했다”며 “그는 사랑스럽게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1924년 홍콩의 포르투갈 이민 가정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레이는 교도소장, 은행원 등으로 일하다가 1949년 라디오 쇼 ‘프로그레시브 재즈(Progressive Jazz)’를 진행하면서 음악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1960년 홍콩 공영방송 홍콩라디오텔레비전(RTHK)에 입사한 레이는 1964년 런던에서 비틀스를 인터뷰하며 자국 내에서 일약 스타가 된다. 그 외에도 엘턴 존, 토니 베넷, 비지스(Bee Gees) 등 수많은 팝 아이콘을 인터뷰했다. 1970년부터는 시그니처 심야 프로그램 ‘레이와 함께 내내(All The Way With Ray)’를 맡아 50년 넘게 빠짐없이 진행자로 활약했다. 이러한 꾸준한 활약을 인정받아 레이는 1987년 대영제국 훈장(MBE)을 받았고 2000년에는 ‘세계 최장수 DJ’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 지난해 4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고(故) 송해를 연상시키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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