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업자 부정특혜 입증 과정서 ‘이 대표 역할’ 규명이 쟁점
남욱 등 대장동 일당 ‘전언’ 이상의 직접 진술·물증 확보 중요
17일 송환 김성태 수사도 변수…이 대표, 출석 통보 시점 논란
한동훈 “성남FC 의혹 무혐의 처분된 적 없다” 야 주장에 반박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함으로써 이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각종 수사의 본류 격인 대장동 사건으로 또다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검찰의 대장동 비리 수사가 시작된 지 1년4개월 만이다.
검찰의 이 대표 조사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은 대장동 의혹을 ‘지방자치권력의 사유화’로 규정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를 비리의 배후이자 정점으로 점찍은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부패방지법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할 때 공소장에 이 대표를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정 전 실장의 지위와 역할을 설명하면서 이 대표를 수차례 언급했다.
정 전 실장이 힘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이 대표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두 사람을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사업자들에게 651억원의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선 성남시 내부 비밀을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려 재산상 이득을 취하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가 있다.
성남시보다 민간사업자들이 훨씬 큰 이익을 봤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1공단과 대장동의 분리 개발, 대장동 사업 협약에서 민간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는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공모지침서 작성·공고 등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들 요구만 듣고 부정한 특혜를 주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이 대표 측은 대장동 사업 절차는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정상적인 정책 판단이었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의 측근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 것이 맞다면, 그 과정에서 이 대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재판에서 김만배씨로부터 2014년 ‘이재명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을 안 준다고 하더라. 너는 빠져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언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 등에 관여한 정황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유동규 전 본부장,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이들은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업 지분의 24.5%는 이 대표 측(유 전 본부장,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것’이라는 취지로 수차례 말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또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넨 돈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자금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남 변호사 등의 발언은 전언이거나 ‘전언의 전언’이다. 정작 발언의 당사자인 김만배씨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거나, 발언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은 혐의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결국 검찰이 ‘전언’ 이상의 직접 진술이나 물증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겹겹이 쌓여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17일 국내로 송환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6일 국회에서 기자들이 ‘김성태 전 회장이 KBS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만난 적 없다고 주장했다’고 묻자 “해외 도피한 중범죄자들이 못 견디고 귀국하기 직전에 자기 입장을 전할 언론사를 선택해서 일방적인 인터뷰를 하고 자기에 유리하게 보도되게 하고 관련자들에게 일종의 말맞추기 신호를 보내는 것은 과거에 자주 있던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남욱씨도 그랬고 최서원씨도 그랬다”며 “그런다고 범죄 수사가 안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의 배후에 이 대표가 있음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이다.
한 장관은 또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그 사건은 무혐의 처분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며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사법 쿠데타”라고 발언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한 장관은 “그 사안은 분당경찰서에서 수사하다가 불송치 결정을 했지만 고발인의 이의 신청에 따라 검찰에서 검토한 다음 보완수사 요구를 했다. 이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중간 단계 결정이지 무혐의 처분됐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까지 조사를 마친 뒤 각종 사건을 병합해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건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봐야 한다.
검찰이 설 연휴를 닷새 앞두고 이 대표의 출석을 공개 요구하면서 이 대표 의혹 건은 전국 민심이 모이고 흩어지는 설 밥상에 자연스레 오르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순방 중이어서 자신이 직할하는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과 거리를 둔 모양새가 됐다. 김 전 대표가 송환되면 이 대표의 의혹을 둘러싼 이슈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고도의 정무적 판단 끝에 이날로 출석 통보 시점을 ‘택일’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혜리·탁지영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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