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공시기준 완화하고 과태료도 감면…‘친기업 정부’ 발맞춘 공정위
공시 대상 2만건 중 5000건 제외
시민단체 “대기업 감시 느슨해져”
대기업의 내부거래 공시 기준금액이 현행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아진다. 공시 의무를 위반해도 30일 이내에 고치면 과태료를 깎아 준다. 정부가 경제계 요구를 받아들여 기업 부담을 낮춘 것으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사회적 감시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공시제도 개편안에서 공시 대상 내부거래의 금액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5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기준을 100억원 이상으로 올려 기업의 공시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 현재는 자본총계·자본금 중 큰 금액의 5% 이상 내부거래를 하면 공시해야 하지만 5억원 미만 내부거래는 이사회 의결·공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전체 내부거래 약 2만건(2021년 기준) 중에서 5000건(약 25%) 정도는 공시 의무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부거래 공시 기준 금액은 2000년 도입 당시에도 100억원이었다. 그러다 대기업집단 내 수의계약을 통한 불투명한 내부거래가 늘자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2012년 50억원으로 낮췄다. 당시 대기업집단 46개의 전체 매출액 중 계열사에 대한 매출액은 186조3000억원(2011년 말 기준)에 달했다. 최근까지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규모는 줄지 않았다. 2020년 기준 대기업집단 71개의 전체 매출액 중 내부거래 금액은 183조5000억원에 달했으며 삼성·SK·현대자동차·LG·포스코 등 5개 집단의 내부거래 규모는 121조1000억원이었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규모와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규제만 풀린 셈이다.
공시 주기도 조정된다. 현재 분기별로 연간 4회 공개토록 하고 있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대여와 유가증권 거래, 국내 계열회사 간 주식소유 현황, 계열회사 간 자금거래 등 8개 항목의 공시 주기는 연 1회로 바뀐다. 또 공시 의무를 어긴 기업에 대한 과태료 부담을 낮추고, 경미한 공시 의무 위반에는 경고만 내리기로 했다. 비상장사 중요 사항 공시 항목에선 ‘임원의 변동’을 삭제한다.
이번 개편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이행 차원에서 추진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시제도를 정비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꼭 필요한 규제마저도 기업이 ‘풀어달라’고 민원을 넣으면 완화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규제를 풀면 시장 경제가 불공정한 생태계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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