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서울 땅값 희한하네”…역세권일수록 더 쌌다
하루 2~3건 전차 충돌사고에
전차 정거장 주변 땅값 저렴
초등교육시설 주변도 낮아
그렇다면 100년전 서울은 어땠을까. 100년전 ‘경성’도 역, 학교 등과의 거리에 따라 땅값이 달라졌을까.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논문 ‘1920년대 경성 동부지역 토지가격 결정 요인 연구(제1저자:유슬기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이같은 물음에 답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는 같고 일부는 많이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역과의 거리는 오히려 멀수록 땅값이 비싸게 책정됐다고 이 논문은 밝히고 있다.
논문은 100년 전 경성 역시 도심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비싼 토지가격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종로와 이현대로(현 종로의 동측부분)와 가까울수록 땅값이 비쌌다. ‘직주 근접’일수록 집값이 비싼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현재의 역세권 개념은 100년전에는 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역과의 거리가 멀수록 토지가격은 비싸게 책정됐다. 이는 당시의 역은 현재의 지하철이 아닌 전차정거장이었기 때문이다. 논문은 “1920년대 전차정거장 주변에는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며 “전차 선로 주변을 보행하다가 전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하루 2~3건씩 발생했고, 연간 200여명의 사상자가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고 등의 여파가 정거장과 토지가격 간 관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추론했다. 사고의 위험성으로 인해 전차정거장이 오히려 땅값에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논문은 초등교육시설과 대학교육시설도 토지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단 초등교육시설은 멀수록, 대학교육시설은 가까울수록 높은 토지가격이 형성됐다. 현대사회에서 초등교육시설은 ‘초품아’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100년 전엔 오히려 그 반대였던 셈이다. 연구를 진행한 김경민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대학시설의 경우 당시 경성제국대학교가 청량리에서 현재의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자리로 이전하면서 주변 하숙시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높아져 토지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초등교육시설이 땅값과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 것에 대해선 “당시 초등교육의 위상은 현재와 달랐을 것”이라며 “도심 자체가 땅값이 워낙 높아 다른 요인들에 더 강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은 필지별 지번과 용도, 면적, 토지가격 등이 기재돼있는 경성부관내지적목록 자료(1927년)를 토대로 당시 경성 동부지역(한양도성내 도심부)의 토지가격 결정 요인을 분석했다.연구자는 당시 총독부 산하기관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며 급격한 개발이 이뤄진 점에 착안해 해당 지역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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