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신 임계점… 극단대결로 국정 표류” 초당적 개혁모임 첫발

박수찬 기자 2023. 1. 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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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진영대결 정치 벗어나야”
60명 참여, 첫 준비회의 개최

선거제 개편 등 정치 개혁을 논의하는 여야 의원 모임인 ‘초당적 정치 개혁 의원 모임’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준비 회의를 열고 활동을 개시했다. 최근 여야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회 상임위 등 공식 회의를 제외하면 여야 의원 약 60명이 모임을 결성하고, 14명이 한자리에 앉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의원들 사이에서 “당장 정치 개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정치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는 것이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차 운영모임을 열고 향후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정성호·김상희·김종민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 민주당 홍기원 의원, 국민의힘 최형두·김상훈·조해진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국민의힘 이종배·이용호 의원. /이덕훈 기자

이날 첫 모임에는 운영위원 등을 중심으로 여야 의원 14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 조해진·이종배·김상훈·이명수·이용호·유의동·최형두 의원,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성호·전해철·김상희·민홍철·김종민·민병덕·김영배·이탄희 의원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정의당 심상정·이은주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참석한 의원들은 현재 한국 정치가 지속 불능 상태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치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지역 구도나 양당 간 극단 대결, 무한 정쟁이 반복되며 국정이 표류하고 국민이 분열되는 정치는 더 이상 곤란하다”며 “이러다간 정치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게 생겼다”고 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도 “정치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데 반대로 가고 있다. 정치 때문에 갈등이 심화하고 분열되고 서로 배제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소신 정치를 해야 할 의원들이 극단적 진영 대결로 힘들어하고, 정당도 팬덤 정치, 진영 정치에 시달리고 있다”며 “무엇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임계점에 와 있다”고 했다.

초당적 정치 개혁 의원 모임은 여야 초·재선 의원 50여 명이 참석,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개최해 온 정치 개혁 연속 토론이 모체가 됐다. 여기에 정치 개혁을 주장하는 여야 중진 의원 9명이 지원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모임으로 출범했다. 모임을 결성한 이유에 대해 한 의원은 “21대 국회 들어 여야의 대립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매번 선거법 논의가 국회 정치개혁특위 언저리에서만 끝나는 상황을 타개해 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이날 준비 모임에서 여야 의원들은 “진영 대결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승자 독식의 현행 선거제를 고쳐야 한다”고 했다. 국회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며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했으나 여야가 위성정당을 앞세워 의석을 나눠 먹으며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당시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였던 김종민 의원은 이날 모임에 참석해 “정치에서 오점이라 할 수 있는 그런 결론이 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득표 차이가 8%였는데 의석수는 두 배 차이, 수도권은 12% 차이였는데 의석수 차이는 다섯 배였다”며 “국민들의 마음과 국회 운영에 심각한 괴리가 생기고 ‘우리는 180석 가까우니까 국회 관례대로 하지 않겠다’는 예외주의가 득세했다”고 했다. 의원회관 간담회장 중 가장 작은 곳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다과나 물도 없이 간소하게 진행됐지만 참석자들은 소속 정당, 선수(選數)에 상관없이 모든 의원들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큰 박수를 쳤다.

참석자들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구체적 방법론은 모임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혼합형 중대선거구제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반면 모임 소속 민주당 의원 등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권역별 비례제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어떻게 제도를 바꿀지는 더 논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당론으로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확대하고 비례대표를 현행 47명에서 120명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 때문에 “여야가 머리를 맞댄 것은 고무적이지만 선거법 개정 시한인 올 4월까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의견도 내부에서 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확대에,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은 중선거구제 도입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며 “의견이 난립해 있기 때문에 (의견이 모이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정을 강조하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정치 개혁의 절박성이 큰 만큼 이번 모임이 논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모임은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 ‘1인당 의원 1명 가입 독려하기’ 캠페인을 펼치는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간담회, 언론 토론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30일에는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정식 출범식도 여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초당적 정치 개혁 모임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사 결정 권한은 없지만 (여야 간)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우리 모임이 플랜 B(대안)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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