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기고 복귀한 박소담 “너 잘 아팠다 싶어… 돌아보는 시간 됐죠”

정리/박돈규 기자 2023. 1. 16. 20: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암 투병 후 영화 ‘유령’으로 복귀
“이하늬 선배 덕분에 잘 버텨내… 쉴 때 잘 쉬면서 오래 연기하겠다”
갑상샘암 투병 후 영화 '유령'(18일 개봉)으로 복귀하는 배우 박소담은 “내게 ‘유령’은 굉장히 애틋한 영화”라고 했다. /CJ ENM

박소담(32)이 암을 이기고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에서 1933년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 역을 맡은 이 배우는 물불 안 가리며 몸을 던지는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16일 서울 삼청동에서 그녀를 만났다. 2021년 말 갑상샘암 발병 사실을 알고 큰 수술을 받았다는 박소담은 “혼란스러운 시기에 ‘살아! 죽어야 할 때, 그때 죽어!’라는 영화 속 대사가 나를 붙잡아주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를 그녀의 독백으로 재구성했다.

영화 '유령'에서 유리코(박소담)는 조선총독부에 침투한 항일조직 스파이로 의심받는다 /CJ ENM

안녕하세요. 지난해 초 영화 ‘특송’이 개봉할 때는 수술 직후라 목소리도 안 나오고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요즘에는 호르몬 약을 먹고 필라테스도 열심히 하면서 몸이 원래 패턴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유령’을 촬영하던 2021년 상반기에는 아픈 줄도 몰랐어요. 현장에 나가는 게 두렵고 내 연기를 의심하며 울고 그랬는데 그것이 제 몸이 보내는 신호였던 거예요. 저는 번아웃이겠거니 생각했어요. 촬영을 모두 마치고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유리코 후시 녹음을 마쳤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조금만 늦었다면 목소리 신경을 잃을 뻔했다”고 하셨어요. 이렇게 제 목소리로 인사드릴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18일 개봉하는 ‘유령’은 그래서 애틋한 영화입니다.

스포일러가 되면 어쩌나 조심스럽지만, 유리코는 많은 서사를 끌고 가는 인물이에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웠어요. 촬영이 끝날 때마다 자책하며 울었고 땅으로 꺼지고 싶었습니다. “나 쉽게 오케이 하는 사람 아니야!” 하신 감독님과 “우리도 그럴 때 있었어. 너 지금 잘하고 있어” 격려해준 선배들 덕에 버틸 수 있었어요. 특히 이하늬 선배가 목에 좋은 캔디를 사주시고 엄마처럼 챙겨줘 에너지를 끌어올렸습니다. 시사회 때 오랜만에 박차경(이하늬)의 목소리로 “살아! 죽어야 할 때, 그때 죽어!”를 들으니 울음이 터졌지요.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이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으로 흘러가는 ‘제시카 송’을 부르는 장면.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다. /CJ ENM

액션 장면이 많아서 체력부터 다졌어요. 4㎏ 무게의 장총을 들고 뛰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실탄 사격을 해봤는데 제가 너무 잘 쏴서 놀랐고요(웃음). 대사 연기는 모니터로 보기가 쑥스러운데, 액션 연기는 촬영과 편집에 따라 상상하지 못한 제 모습을 보는 희열이 있어요.

지난 2년을 돌아보면 ‘박소담 너 참 잘 아팠다’ 싶어요. 작품만 향해 달리느라 쉬면서 내게 투자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처음으로 혼자 외국 여행도 다녀왔어요. 아무 계획 없이 2주 일정으로 떠났다 34일 만에 돌아왔어요. 영화 ‘기생충’ 대사처럼 무계획이니까 잘못될 일도 없었어요(웃음). 스페인부터 스위스 융프라우, 영국 런던을 거쳐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도 보고 왔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지요. 알아보는 외국인이 많아 얼굴에 뭘 바르고 다녀야 했어요. 하하. ‘기생충’ 이야기도 하시고 넷플릭스 드라마 ‘청춘기록’도 많이 보셨더라고요.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를 함께한 이순재, 신구 선생님이 VIP 시사회에 오셔서 “고생 많았다”며 걱정해주셨어요. 박소담은 올해가 데뷔 10주년이에요. 이순재, 신구 선생님 보면서 길게 갈랍니다. 저 아직 한참 남았어요.

/정리=박돈규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