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에 외교부가 정정보도 소송? 기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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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MBC가 지난해 9월22일 오전 10시7분경 유튜브 계정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을 보도하자 외교부는 10월31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조정신청서를 접수했고, 조정은 불성립됐다.
언론 관련 소송 경험이 많은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언론중재법에 따르면 보도로 피해를 입은 자만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언행을 보도한 것이 외교부 업무의 차질로 이어졌다는 것을 외교부가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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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따른 '청구 당사자 적격' 인정 여부가 쟁점
박근혜 보도에 대통령비서실-한겨레 소송 결과는 '기각'
외교부, "소중한 외교력 낭비" 외 구체적 피해 입증해야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MBC가 지난해 9월22일 오전 10시7분경 유튜브 계정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을 보도하자 외교부는 10월31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조정신청서를 접수했고, 조정은 불성립됐다. 이후 외교부는 지난해 12월19일 서울서부지법에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박진 외교부 장관, 피고는 박성제 MBC 대표이사다.
발언 당사자이자 명예훼손 당사자라 볼 수 있는 윤 대통령은 소송에서 빠져 있다. 외교부는 이번 소송과 관련, “우리 외교의 핵심 축인 한미관계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해당 보도의 가장 큰 피해자라 당사자 적격을 가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의 주장과 달리 재판부가 외교부를 보도 피해 당사자로 보지 않고 기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 볼 판례가 있다.
한겨레는 2014년 4월17일 “'쇼크상태' 어린이가 왜 박 대통령 '위로 현장'에?”라는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세월호 침몰 참사 현장을 찾아 극적으로 구조된 권○○양을 만난 사진이 공개되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쇼크상태인 아이가 왜 저기 있느냐'고 지적하며 박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청와대는 “권○○양은 친할머니와 고모에 의해 퇴원을 한 것이고, 부모의 생사를 알기 위해 스스로 체육관을 찾은 것이지 연출된 것이 아니다”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대통령비서실은 한겨레가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를 위해 쇼크 상태에 빠져 있는 권양을 동원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정보도 및 2000만 원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그해 1심 선고에서 “이 사건 기사에서 대통령비서실은 전혀 언급한바 없는 점, 이 사건 기사는 비서실이 아니라 박 대통령을 보도의 직접적 대상으로 삼고 있음이 명백하고, 비서실과 비서실 관계자들은 이 사건 기사와 개별적 연관성이 있음이 명백히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언론중재법 제14조1항에 따라 피해를 입은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기사로 인한 명예훼손 피해자로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언론중재법 제14조1항에 따르면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그 언론보도에 관한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에서, 대통령비서실 및 직원들은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정보도를 구할 이익이 없다는 당시 판례는 이듬해 항소심에서도 항소가 기각되며 확정됐다.
언론 관련 소송 경험이 많은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언론중재법에 따르면 보도로 피해를 입은 자만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언행을 보도한 것이 외교부 업무의 차질로 이어졌다는 것을 외교부가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 판례에 밝은 또 다른 변호사도 “결국 정정보도를 누가 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이 사건은 (피해) 당사자가 특정되어 있는데 왜 외교부가 나서느냐고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외교부의 언론조정신청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MBC의 보도로 촉발된 국내외 논란과 파상적인 비판에 대응하는데 소중한 외교력을 낭비, 한정된 외교 자원을 대미 외교에 온전히 투입할 수 없었다”며 “외교 당국이 국내 논란 대응에 집중하는 것은 심각한 외교력 손실이자 우리나라 국익에 대한 손상이었다”고 주장했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이 같은 추상적 주장 외에 구체적 피해를 입증하지 않는다면 2014년 대통령비서실-한겨레 판례가 재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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