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종사자 열악한 대우가 언론 혁신 발목 잡는다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언론사 IT 종사자 인식 조사' 발표
'디지털 전환 구체적 목표 및 비전의 부재' '기자보다 낮은 대우' 등 지적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언론사 IT 종사자에 대한 대우와 업무 상황이 전향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론사 조직 안정과 지속적 혁신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언론사에 재직하는 IT 종사자 다수가 언론이 디지털 전환을 외치면서도 구체적 목표 및 비전이 부재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만 기자와 정기적으로 정례회의를 한다고 밝힐 정도로 기자 중심의 폐쇄적 조직문화에 따른 소통 및 협업의 부재가 심각했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는 전직 또는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12일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소장 김위근)는 '2022 언론사 IT 종사자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언론사 IT 종사자는 총 68명이다. 한국 언론의 IT 종사자를 대상으로 근무환경, 언론산업 전망 등을 조사한 건 처음이다. 연구에는 김위근 소장, 최진순 부소장, 강미혜 책임연구원·김형준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IT 종사자는 소속 언론사의 IT 업무 관련 문제점들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구체적 목표 및 비전의 부재'(75.0%), 'IT 관련 인력의 부족'(73.5%), '기자 중심의 폐쇄적 조직문화에 따른 소통 및 협업의 부재(72.1%)' 등에서 모두 '심각하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또 언론사들이 '디지털 전환 투자'에 대해 대체적으로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자 등 디지털 전문가 채용'(73.5%), '데이터 수집 및 분석'(58.8%), '서버, 솔루션 등 인프라 개선'(50.0%),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유통 강화'(48.5%) 등이 '미흡하다'고 응답했다.
IT 종사자와 기자들, 뉴스룸(편집국, 보도국 등)과 협업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임에도 '정기적이고 공개적인 회의 또는 미팅에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응답은 8.8%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응답은 '필요할 때 비정기적인 회의 또는 미팅에서 커뮤니케이션한다'(47.1%)였다.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5.9%를 차지했다.
이에 연구팀은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을 비롯해 디지털 서비스의 관여도가 높아지는 기자와 IT 종사자 사이 소통 빈도 및 형식이 여전히 간접적, 비대면적, 부정기적으로 나타난 것은 IT 종사자가 고립돼 있거나 수동적인 업무에 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언론사 IT 종사자가 봤을 때 IT 기술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언론산업 업무는 '웹페이지, 모바일 앱 등 디지털 제품 개발'(55.9%)이었고, 다음으로 'DB, CMS, 보안 및 네트워크 등 내부 인프라 구축'(51.5%),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유통'(50.0%)이었다. 연구팀은 “이처럼 제품 개발, 인프라 구축, 콘텐츠 제작 및 유통 등 관련 업무에서 IT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인식한 응답자는 절반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디지털 콘텐츠 및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35.3%)과 '디지털 콘텐츠 및 이용자 데이터 등 데이터 수집 분석 및 활용'(29.4%)에 대한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IT 총괄 책임자 직위는 부장 이하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장급/차장급이 51.5%, 대리급/사원급이 1.5%를 차지했다. 실장급/국장급은 36.8%, 임원급은 10.3%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절반 이상은 의사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할 만한 높은 직위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반면 부장 이하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 IT 업무 자체가 부서 단위에 머무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종이신문과 방송 등 레거시 언론사(38.5%)는 순수 인터넷신문/언론 관련 IT 기업(6.3%)보다 IT 총괄 책임자가 '기자' 직군인 경우가 훨씬 많았다. 연구팀은 “레거시 언론사에 기자직 직군 IT 총괄 책임자가 훨씬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경우 개발 업무 이해는 물론 IT 종사자와 의견 수렴,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 효율성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IT 종사자 대부분(74.6%)은 자신의 연봉이 같은 연차 기자 연봉보다 적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같은 연차 기자직 평균보다 많다고 응답한 경우는 3.0%에 불과했다.
또 IT 종사자 대부분은 자신들의 근무 환경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회사가 IT 인력에게 자기개발 기회(교육, 연수 등)를 제공한다는 응답은 11.8%에 불과했다. 반면 60.3%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IT 종사자의 절반 이상(52.9%)은 현재 자신의 회사에서 이직 또는 전직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IT 종사자들은 언론사가 디지털 전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을까. IT 종사자들의 대부분(82.4%)은 개발자 지식, 정보 등의 교류와 소통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봤다. 이어 미디어 산업과 언론문화에 대한 이해(80.9%), 새로운 IT 기술과 도입의 적극적 추진(80.9%)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IT 종사자 대다수(91.2%)는 기자들이 IT 기술 및 개발 부문 투자 필요성에 동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는 언론사 조직 내 기자 직군의 위상을 보여준다. 기자가 언론사 IT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동조해 주는 것만으로도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프로젝트는 큰 힘을 받게 된다”고 했다.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구독모델'에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 중 54.4%는 구독모델을 도입하더라도 '팔릴 만한 콘텐츠가 부족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여전히 전사적 관심도가 낮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응답도 14.7%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언론사 IT 종사자는 언론사의 구독자 기반 디지털 비즈니스 움직임에 대해 콘텐츠 수준, 포털 유통, 내부 관심 부족 등을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면 조직 차원에서 IT 전문 인력 채용,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수립 등 전사적 집중과 선택, 그리고 디지털 문화 확산을 서둘러야 한다”면서도 “언론사 IT 종사자 역시 역량 강화와 능동적 업무 대응이 요구된다. 새로운 기술 실험 주도, 솔루션 개발과 영업, 경영전략 수립 등 미래지향적 역할을 찾는 주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사에 참여한 종사자의 성별은 남성 89.7%(61명), 여성 10.3%(7명)이다. 소속사 유형은 전국종합일간신문이 23.5%(16명)로 가장 많았다. 경제일간신문 19.1%(13명), 순수 인터넷신문(언론사닷컴 제외) 16.2%(11명), 지역일간신문 10.3%(7명), 뉴스통신 8.8%(6명), 지상파방송 5.9%(4명), 주간신문/월간신문 2.9%(2명), 지역민영방송 2.9%(2명), 전문일간신문(IT스포츠외국어) 1.5%(1명),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1.5%(1명) 순이었으며, 언론 관련 IT기업은 7.4%(5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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