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격적인 지역 의료격차, 공공의료 확충으로 해소해야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은 2위다.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한 비율은 2020년 기준 전국 평균 43.8명으로, OECD에서도 낮은 편이다. 문제는 평균에 가려진 함정이다.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낸 ‘전국 시·도별 의료공백 실태 및 개선방안’은 지역격차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살릴 수 있는 인명이 손상되고 있는 데다, 지역별 편차가 컸다.
충북은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치료 가능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50.6명으로, 가장 낮은 세종보다 16.2명이나 높았다. 이어 인천, 강원, 전남, 경북 순으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대부분 심각한 의료취약지인 이들 지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와 공공병원 설치율 모두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돈다. 의료 자원의 서울 쏠림은 극심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전남의 3배가 넘는다. 300병상 이상 공공병원 설치율은 서울이 100%인 반면, 광주·대전·울산은 0%로 전무했다. 경실련은 ‘치료 가능 사망률’을 사람 수로 환산하면 매일 61명, 한 해에 2만2000명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다고 추산했다. 충격적 수치다.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지역의 시민들이 생명권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해법은 공공의료 확충일 수밖에 없다. 3년 전 코로나19 국내 첫 감염 이래 증명됐듯 공공병원은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역거점기관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의 공공병원 비율은 2020년 기준 5.4%로 OECD 평균(55.2%)보다 크게 낮다. 적극적으로 시설과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 날로 공급난이 심각해지는 소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부문의 전공의 확대 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최근 거론되는 의대 정원 증원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이면 의사 2만7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역 및 공공병원에서 고액연봉 조건을 내걸고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려면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에 일정 규모 이상의 국공립 의대를 신설하고, 이곳 출신들을 지역에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향후 의료개혁은 지방 시민들의 의료권과 생명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추진돼야 한다. 국회는 공공의대법을 신속히 제정하고, 의료 기득권이 아닌 시민들의 의료권을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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