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맹꽁이 통로
오뉴월 맹꽁이도 울다가 그친다는 속담이 있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일이라도 결국은 끝날 때가 있다는 뜻이다. 장마철에 맹꽁이 운다는 말도 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의미다. 개구리에 비해 체형이 동그랗고, 네 다리가 짧아 두꺼비처럼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양서류 맹꽁이는 6~8월에 존재가 감지된다. 다른 계절에는 내내 흙 속에서 조용히 살다가 장마철 번식기에 “맹꽁맹꽁” 울음소리를 내고 물웅덩이 주변에 알을 낳으러 모여든다. “맹꽁맹꽁” 울음은 수컷들이 “맹” 아니면 “꽁” 하는 식으로 각기 조금씩 다른 음높이로 짝을 찾는 소리다.
도시 변두리나 시골의 논둑과 길가에 흔히 보였던 맹꽁이는 국내에서 1989년부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맹꽁이가 많이 사는 논이나 습지가 아파트 등으로 개발되면서 서식지가 갈수록 줄어든 탓에 희귀종이 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맹꽁이가 서식했던, 길 가장자리 웅덩이와 흙길이 없어진 걸 떠올려보면 수긍이 된다. 도시화로 인해 사람 손을 타면서 살 곳을 잃은 맹꽁이들은 이제 콘크리트 수로나 맨홀 주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맹꽁이가 멸종되지 않고 대거 서식하는 것은 그만큼 자연 환경이 깨끗하다는 뜻이다. 맹꽁이를 더 관심 깊게 지켜보고 보호해야 할 이유다. 2015년부터 맹꽁이 생태를 관찰·보호해온 서울 강남구의 청소년 동아리 ‘자연보듬이단’ 학생들이 뜻깊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11월 대치유수지 공원 산책로에 10㎝ 높이의 경계석이 설치된 것을 발견해 맹꽁이 통로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강남구청에 알렸는데, 구청이 최근 이 경계석을 제거한 것이다. 청소년들도, 구청도 “참 잘했어요” 칭찬을 받을 만하다.
근래 전국 곳곳의 개발 예정지에서 장맛비가 온 뒤 맹꽁이들이 울어 공사를 중단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맹꽁이가 있어 야생생물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습지도 있다. 맹꽁이들이 육지를 지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강남구 청소년들처럼, 생활 주변의 작은 생물들을 아끼고 지키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쌓인 결과다. 그럼에도 국내 양서류 개체는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생태계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서둘러 막아야 한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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