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만명이 한글 배워갔어요”…이 외국인 학당 무슨 비결이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1. 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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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84개국 244개소에 학당 열어
최근 ‘메타버스 학당’ 구축 역점
시범사업 끝내고 올해 정식운영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아리랑을 알게 된 난시 카스트로 씨는 한국 민요에 빠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한 뒤 경기민요 전수자가 됐다. 독일 유학을 준비하다 취미로 타지키스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보키예프 아호로르존 씨는 건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주한타지키스탄 대사관 행정관이 됐다.

세종학당은 이처럼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국외 교육기관이다. 2007년 3개국에 13곳이 있었던 세종학당은 84개국 244개소(2022년 6월 기준)로 증가했다. 누적 학생은 58만명(2021년 기준)에 달한다. 세종학당재단은 세종학당 운영, 교육과정 개발 등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다. 지난 2021년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이해영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는 한류 열풍으로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해 한국어·한국문화를 진흥하기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이 최근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메타버스 세종학당’ 구축이다. 메타버스 세종학당은 가상 캠퍼스를 꾸며 실제 세종학당에서 공부하는 듯한 경험을 구현했고, 한국어 퀴즈와 연계한 방탈출 게임, 한국문화 전시회 등의 기능을 넣었다.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약한 나라에서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프로그램 최적화에도 공을 기울였다. 지난해 진행된 시범 운영은 개시 당일 수백명의 신청자가 몰리는 등 성황리에 진행됐고 올해 정식 운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메타버스가 요즘 화두지만 교육계에서 메타버스를 일회성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세종학당이 처음”이라며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플랫폼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메타버스 세종학당을 기존 비대면 교육 플랫폼인 ‘온라인 세종학당’과 연계해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할 계획이다. 재단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개발한 온라인 세종학당의 이용자는 2020년 2만5147명에서 2021년 5만6949명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6만명을 넘어섰다.

재단은 외국인들이 컴퓨터에서 한글 폰트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세종학당체를 개발해 배포하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한글 입력 기능이 있는 프로그램을 구매하지 않으면 컴퓨터에서 한글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전세계 7000여개 언어 중 한국어의 사용 순위가 23위인데 컴퓨터에서 한글 사용이 어렵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한컴그룹, 윤디자인그룹과 협력해 따뜻한 손글씨 느낌의 세종학당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전세계 이용자들의 다양한 학습 목적에 따라 각 지역 세종학당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어 학습자의 수가 크게 늘어난 만큼 학습 목적도 다양해지고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재단이 지난해 1월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학당 학습자의 학습 목적은 한국 유학(30.4%)이 가장 많았고 한국 기업 취업(17.6%)이 뒤를 이었다. 이 이사장은 “이제 한국어 학습자의 상당 수는 단순 취미를 넘어 실용적, 전문적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운다”며 “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돕고 한국 기관들도 필요한 인재를 구할 수 있게 재단이 고리 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재단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언어진흥청과 한국어 교육자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한국어교육 진흥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재단은 지난 11월 프랑스 파리에 개원한 4번째 ‘거점 세종학당’에 이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도 5번째 거점 세종학당을 만드는 것을 추진 중이다. 지역마다 한국어 학습의 환경과 목적, 문화적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한국어·한국문화의 전파가 상호문화적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대 이후 서구 문화가 비서구 국가들에 이식된 것처럼 일방적인 문화 수출이 이뤄지면 안된다는 취지다. 이 이사장은 “한국문화가 계속 확산되려면 외국인들이 스스로 한국문화를 자국 문화와 융합해 재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어를 통해 세계인이 소통하고 각국의 문화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도록 돕는 게 세종학당재단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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