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리정점에 베팅 건 `트리플 투자`

이윤희 2023. 1. 1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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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막바지 왔다" 인식 확산
채권·금은 사들이고 달러는 팔고
올들어 채권시장에 1.5조 '뭉칫돈'
강달러 누그러지며 金값도 치솟아
시중은행에 풀리는 설 자금 설날을 엿새 앞둔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 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투자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새해들어 채권 시장으로 뭉칫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금에도 수요가 몰리는 추세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개인들은 연초 이후 지난 13일까지 1조5000억원 이상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매일 1500억원 이상을 사들인 셈이다. 국고채는 물론이고 회사채에도 투자 수요가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등 우량 회사채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흥행 행진을 이어가면서 자금 경색 현상도 풀릴 조짐이다.

이런 회사채 투자 붐은 금리 상승 기조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채권 투자는 이자 뿐만 아니라 매매차익도 얻을 수 있게 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채권 매수 시기가 도래했다"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시장 지원 의지와 여력은 확실하고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 설립 사상 처음 있는 7연속 금리 인상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 '베이비 스텝'이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받아들였다.

국내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연 4%)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국채 금리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채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454%로 장을 마쳤다.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돈 것은 2020년 3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이례적인 금리 역전 현상이다.

10년물 금리는 연 3.383%,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연 3.365%, 연 3.495%에 마감했다. 현재 국채시장에서 기준금리보다 금리가 높은 건 1년 만기 국채(3.566%)뿐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연내 종료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국채 금리의 가파른 하락세는 연내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한은도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 등을 점검하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문구를 일부 수정해 금리 동결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회사채 시장이 활력을 찾으면서 대기업들도 미루던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KT와 이마트가 올들어 각각 3000억원과 39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13일까지 총 12개 대기업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가운데 기관들의 매수 희망 규모는 총 20조940억원에 달했다. 대기업의 최대 발행 계획 규모인 3조9000억 원의 5배가 넘는 수치다. 그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기업들은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금리 인하 기대 등에 힘입어 금값도 치솟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금값은 지난해 11월 3일 이후 이달 11일까지 15% 급등했다.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의 피난처'로 통하는 금의 가격은 금리가 오르면 하락하고, 금리가 떨어질때 상승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에 미 달러화 가치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0원 내린 1235.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4월 18일(1234.4원) 이후 최저치다.

다만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리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해도 물가가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어서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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