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트러플' 욕심에...사냥개 수백 마리 독극물에 희생

조아름 2023. 1.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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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최고급 버섯 때문에 이탈리아 소도시 산맥이 피로 물들고 있다.

지역사회는 트러플 채취 경쟁에 나선 일부 사냥꾼들이 경쟁자의 사냥개들을 독살하기 위해 벌인 짓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일부 사냥개들은 태어나자마자 트러플 찾기 훈련생이 된다.

트러플 사냥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진 품종의 사냥개는 마리당 1,000달러(약 124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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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량 감소 트러플 '채취 경쟁'
경쟁자 사냥개 독살까지 일삼아
산림 경찰 독극물 수색 나서기도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의 한 숲속에서 사냥개와 주인이 트러플을 찾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땅속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최고급 버섯 때문에 이탈리아 소도시 산맥이 피로 물들고 있다. 종잇장처럼 얇지만 몇 점만으로 요리의 몸값을 크게 높이는 송로버섯(트러플) 얘기다. 숲 곳곳에 파묻힌 트러플을 찾는 데 혈안이 된 일부 사냥꾼들이 다른 사냥개와 야생동물을 독살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지역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중부 카메라타 누오바에 있는 산속에선 개나 여우 같은 동물 사체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살충제 성분인 스트리크닌이 잔뜩 묻은 핫도그나 미트볼을 먹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사회는 트러플 채취 경쟁에 나선 일부 사냥꾼들이 경쟁자의 사냥개들을 독살하기 위해 벌인 짓이라고 보고 있다. NYT는 "트러플 채취는 그 이면에 돈밖에 모르는 (사냥꾼들의) 잔혹한 밑바닥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최근 트러플 공급량이 줄어든 탓에 이탈리아 산지는 그야말로 '트러플 전쟁터'가 됐다. 이상기후 탓에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 같은 주요 산지는 기온이 오르고 건조해졌다. 결국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비싼 트러플 몸값은 더 치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현지에서 열린 한 박람회에서 화이트 트러플 100그램이 우리 돈 약 100만 원에 팔려 사상 최고가를 썼다.

트러플은 땅속 30㎝에서 깊게는 1m까지 퍼져 자라는 탓에 찾기 쉽지 않다. 인공 재배도 불가능하다. 후각이 발달한 훈련된 사냥개를 동원해 채취에 나서는 이유다. 이에 일부 사냥개들은 태어나자마자 트러플 찾기 훈련생이 된다. 아예 어미 개 젖꼭지에 트러플 오일을 발라 젖먹이 때부터 트러플 향에 익숙해지도록 훈련받는 개들도 있다. 트러플 사냥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진 품종의 사냥개는 마리당 1,000달러(약 124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트러플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사람이 소유한 능력이 좋은 사냥개는 독살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트러플을 더 많이 찾기 위한 인간들의 욕심에 애꿎은 동물들만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최근 산림 경찰이 독극물 수색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도 없는 실정이다. 수백 마리의 사냥개가 독살당하는 잔혹한 현실이 이어지자 '자정 노력'을 강조하는 사냥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냥꾼인 벨라르도 브라비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개들을 향한 대학살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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