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이승만 사형·이정학 무기징역 구형

"범행 수법 잔혹... 상응하는 형벌 필요"
이승만 살인 부인… 이정학에 떠넘겨
법원, 2월 17일 오후 선고 공판 진행

2001년 대전 경찰관 총기 탈취 및 은행 권총 강도살인 피고인 이승만(왼쪽 사진)과 이정학. 대전경찰청 제공

검찰이 2001년 대전 둔산동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사건 피고인 이승만(53)과 이정학(52)에게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건 당시 은행 직원을 사망에 이르게 한 피의자를 이승만으로 보고 이정학보다 무거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6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 나상훈)가 진행한 이승만·이정학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폭력성을 비춰볼 때 피고인들에게 재범 위험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며 재판부에 이같이 요청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함께 요청했다.

검찰은 "오로지 돈을 노리고, 두 자녀를 둔 가장인 은행 출납과장을 살해한 범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순찰 중인 경찰을 들이받아 권총을 탈취하고, 차량을 3대 훔치며 도주 경로를 계획하는 등 완전범죄를 노렸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특히 이승만에 대해 "직접 권총을 쏴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공범인 이정학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반성을 하는지 의문"이라며 "상응하는 형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승만은 아직도 권총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하는 등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하지만, 범행이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점, 이정학은 사격 경험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승만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정학에 대해선 "돈을 위해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직접 총을 쏘지 않았다"면서 "범행을 인정하면서 사실관계를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승만은 이날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한 건 한 거고 아닌 건 아닌 거다"라며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이정학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범행 이후) 죄책감을 갖고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지은 죗값을 받으면서 그렇게 살겠다"고 말했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현금수송차량을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과장 김모(당시 45세)씨를 38구경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1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은 2017년 범행에 사용된 차량 안에 남아 있던 마스크와 손수건의 유전자 정보(DNA)가 충북지역 불법 게임장에서 나온 유류물의 DNA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경찰은 이후 5년 간 해당 게임장을 출입한 1만5,000여 명을 조사한 끝에, 지난해 8월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이정학을 검거한 뒤 이정학 진술을 토대로 이승만을 붙잡았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내달 17일 오후2시 열린다.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