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尹心경쟁 진흙탕… “제2 진박 싸움땐 총선 역풍” [與 당권경쟁 ‘점입가경’]

박지원 2023. 1. 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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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중요한데 당 죽이고 대표 되면 뭐하나
도리어 국민의힘 혐오만 부추기는 셈”
나경원, 尹 순방 성과 강조 親尹 끌어안기
안철수, 서울 누비며 ‘수도권 대표론’ 강조
김기현, 보수 성향 유튜브 출연 ‘공중전’
조경태 “3폐 정치개혁” 당대표 출마 선언
여당 당권경쟁이 ‘윤심(尹心)’의 향배를 좇는 진흙탕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16일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임에도 벌써부터 과도한 경쟁과 상호비난이 계속되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당 전체가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김기현 의원, 조경태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과열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과도한 윤심 경쟁이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여당 전당대회에 덧입혀지며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진흙탕 전당대회를 누가 유발했나를 생각해봐야 한다. 윤 대통령이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자초한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며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국민이 여야 모두에 상당한 혐오감을 갖고 있는 상황인데 여당이 이렇게 하면 국민의 정치혐오를 더 부추기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 과열 양상을 두고 ‘소탐대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작은 것 챙기려다 큰 것을 잃는 대인배답지 못한 모습”이라며 “이런 식으로 해서 정치가 혼란스러워지면 결국 내년 총선이 어려울 거고 대통령도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겠나. 그런데 거기까진 안 보고 당장 급한 대로 눈앞에 있는 것만 챙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중진의원도 “‘제2의 진박 싸움’이 벌어지면 총선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당이 더 중요한데 당을 죽이고 대표가 되면 뭐하나. 이렇게 하는 건 국민에게 정치혐오가 아니라 ‘국민의힘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마저 여당의 당권 경쟁에 훈수를 두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말 해임해야 할 사람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며 나 전 의원을 해임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나 전 부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사표 수리가 아닌 해임을 시켰다. 참 용렬한 대통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출마의지 국민의힘 당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무명용사 묘역을 참배한 뒤 돌아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나 전 의원 페이스북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계파 갈등을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내년 4월 총선은) 당 대표 얼굴로 치르는 선거가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 얼굴과 성과로 치러질 선거”라며 “나아가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 명운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처다. 후보들 사이의 과열 경쟁이 그래서 더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UAE 순방 성과를 강조하며 ‘친윤 끌어안기’ 행보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이번 순방의 가장 주된 목적은 경제적 성과’라던 윤 대통령께서 순방 이틀 만에 4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큰 성과를 이끌어낸 윤 대통령께 감사드리며 남은 일정도 건강히 소화하고 돌아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상이몽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왼쪽)·김기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양천갑 당원대회에 나란히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과 친윤계로부터 배척당하는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이처럼 윤석열정부의 성과에 기뻐하는 목소리를 꿋꿋이 내는 것은 ‘비윤계’ 꼬리표를 떼고 친윤계 표심을 최대한 포섭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며 출마 뜻을 굳힌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참배 이후 SNS에 올린 글에서 나 전 의원은 “저는 말 그대로 정통 보수로 한 번도 당을 떠나본 적 없는 보수의 원류”라며 “앞으로도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자랑스러운 보수를 만들기 위한 저의 길을 계속 갈 것임을 오늘 세 분의 전직 대통령에게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나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확실히 굳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현충원 방문 이후 서울 모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당권 주자들은 이날 광폭 행보를 보이며 지지세 넓히기에 부심했다. 김기현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공중전을 펼쳤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제원 의원과 나 전 의원 간 설전과 관련해 “‘김장연대’라는 말은 철 지난 것”이라며 “더이상 의미 없는 것이라 그런 용어는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논란 차단에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강남갑·서초을·종로구 당협 등 서울 지역을 누비며 ‘수도권 대표론’ 띄우기에 주력했다. 안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저는 누구보다도 (수도권에서) 선거 성공 경험이 있다”며 ‘김장연대’를 향해 “본질이 영남연대”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안 의원은 김 의원과 함께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나란히 참석하며 영남권 당심도 겨냥했다.
필승다짐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가운데)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출정식에서 지지자들의 응원 구호에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뉴스1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3폐 정치개혁’(비례대표제·국회의원 면책특권·정당국고보조금 폐지)과 100% 오픈 프라이머리 공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조 의원은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 3개월 내로 당 지지율을 50% 이상 끌어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22대 총선에서 반드시 압승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 지지율은 5주 만에 다시 30%대로 내려섰다. 여당이 계파 싸움 양상을 보인 것이 하락 요인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국민 2508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39.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전주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4주 연속 40%대를 지켰던 지지율이 5주 만에 다시 30%대로 내려왔다.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전주보다 2.5%포인트 오른 58.4%로 나타났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나 전 의원의 대출금 탕감식 출산 정책 발언으로 인한 대통령실과의 갈등, 또 사의 전달 과정에서의 신경전이 지지율 하락 요인이 됐다”며 “올해 국정 방향과 3대 개혁, 경제 위기 극복 관련 메시지, 순방 예열 분위기가 잠식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박지원·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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