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의 사진집 이야기 <59> 데이비드 더블릿의 ‘두 세계: 바다의 위와 아래’] 한 프레임 속에 담긴 수면 위와 아래의 생태계

김진영 2023. 1. 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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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 ‘두 세계: 바다의 위와 아래(Two Worlds: Above and Below the Sea)’의 표지. 사진 김진영

지구 표면의 70%를 이루고 있는 바닷속 세계는 육지에 사는 인간에게 미지의 세계다. 그렇기에 광대한 바다는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바닷속 세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면, 그것은 사진 덕분일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바닷속 깊은 세계로 향한 사람들이 찍어 보여준 사진들은 광대한 바다 일부분을 우리가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사진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바닷속 신비로운 세계를 만나보지 못했을 것이다.

수중 사진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839년 사진이 공식 발명된 이후, 최초의 수중 사진가로 기록된 인물은 1856년 윌리엄 톰슨(William Thompson)이다. 비록 사진은 남아 있지 않지만, 최초로 금속 상자 하우징(housing·수중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넣을 수 있는 방수 용기)을 만든 것으로 기록돼 있다. 1893년 루이 마리 오귀스트 부탕(Louis Marie-Auguste Boutan)은 최초의 수중 사진을 남겼다. 프랑스 남부의 바닷속에서 동료의 모습을 담은 그의 사진은 사진가와 피사체가 모두 물속에 있을 때 촬영된 최초의 이미지로 남았다.

그 이후 수중 사진은 계속 발전해왔다. 1923년 최초의 컬러 수중 사진이 만들어졌고, 1950년에는 수중 카메라 하우징이 상용화됐고, 1957년에는 육지와 수중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 칼립소(Calypso)가 상업적 성공을 이뤘다. 

오늘날 방수되는 카메라는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은 멀지 않은 과거, 바닷속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선구자들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미국 사진가 데이비드 더블릿(David Doubilet)은 대표적인 수중 사진가 중 한 명이다. 11세 어린 나이에 다이빙을 시작한 그는 같은 시기 수중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971년부터 현재까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75개 이상의 특집 기사를 수록했고 현재 75세의 나이에도 바다에서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다. 1994년부터 롤렉스의 후원을 받고 있는 그는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잠수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이 모습은 롤렉스 광고 사진에도 종종 등장한다. 그가 바다에서 보낸 시간을 모두 합하면 2만8000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수중 촬영의 가장 중요한 점이 인내심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물고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들이 무엇을 할지 기다리고 바라보는 것의 문제다. 물고기가 그냥 헤엄쳐 갈지, 짝짓기를 할지, 아니면 알을 낳을지, 수중에서의 짧은 시간에 수중 사진가는 벌어진 어떤 순간을 쫓는다. 촬영 대상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물속에서 인내하는 것이 수중 사진가의 자질이라는 것.

책에는 작가인 데이비드 더블릿(David Doubilet)이 바다 표면에서 촬영해, 수중 세계까지 한 번에 보여주는 하프 앤드 하프(half-and-half) 사진이 담겼다. 사진 김진영

데이비드 더블릿의 대표적인 사진 시리즈 중 하나는 바다의 표면에서 보이는 세계, 즉 바다 위와 바닷속 세계를 한 번에 모두 보여주는 하프 앤드 하프(half-and-half) 사진이다. 한 장의 사진에 두 세계가 담겨 있는 사진들이 ‘두 세계: 바다의 위와 아래(Two Worlds: Above and Below the Sea·2022)’에 담겨 있다. 그는 어떤 계기로 하프 앤드 하프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까.

그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이러한 사진의 모티브를 발견했다. “물 위에 머리를 대고 구름, 안전 요원, 해변, 사람들을 보곤 했다. 그런 다음 물속에 머리를 넣고 은빛 물고기, 거미게, 그 외 많은 다양한 것을 보곤 했다. 꿈 같은 세계로 도피한 기분이었다.” 두 세계를 번갈아 바라보곤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두 세계를 한 장의 사진에 담는 사진 작업으로 그를 이끌었고, 이 책에는 30여 년간 그가 작업한 하프 앤드 하프 사진 시리즈가 담겨 있다.

인간의 눈은 바다 위 세계와 바닷속 세계를 동시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카메라는 두 세계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동시에 잘 촬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바다 위 세계의 밝기는 대체로 바닷속 세계보다 밝다. 또한 바다 위에서도 바닷속에서도 대상이 초점에 잘 맞아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비드 더블릿은 특수하게 설계된 분할 필터와 돔 형태의 특수 수중 하우징을 사용한다. 또한 초광각 렌즈나 어안 렌즈를 사용하고, 조리개를 f/16 이하로 둔 상태에서 초점을 수중 세계의 피사체에 맞춘다. 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하얀 모래와 같은 밝은 바닥이나 밝은 수중 피사체를 이용하고 필요에 따라 수중에서 조명을 사용한다. 그리고 렌즈의 반은 물 위에, 나머지 반은 물 아래에 두고 촬영한다. 그 결과 두 세계 모두 적정한 노출과 초점이 맞춰진, 수면 위와 수면 아래의 살아 있는 생명과 자연이 한 프레임 속에 담긴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물론 그는 이것이 많은 경험을 통해 가능한 것이며 이러한 사진에 지름길은 없다고 강조한다.

남극 댄코섬에서 턱끈펭귄과 젠투펭귄을 이들이 밟고 서 있는 수면 아래 거대한 빙하와 함께 담은 사진, 대서양 카리브해의 그랜드케이맨섬에서 수면 위의 배 한 척과 수중에서 헤엄치는 가오리를 함께 담은 사진, 폴리네시아 사우스 패스 파카라바 아톨의 흑기흉상어가 고요히 바닷속을 오가는 모습, 파푸아뉴기니 킴베만의 아름다운 산호초 위로 배를 젓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 등 세계 곳곳에서 찍은 하프 앤드 하프 사진은 우리가 오로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두 세계를 한 번에 보여주고 있다.

사진집에는 아름다운 장면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필리핀 아닐라오에서 찍은 사진에는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다. 데이비드 더블릿은 사진을 통해 인간이 바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나는 사진에 힘이 있다고 늘 말해왔다. 사진은 확실히 교육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설득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바다에 대한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는 힘이 있다. 환경운동가로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바다에 대한 인간의 무관심이다. 보편적 언어인 사진의 힘을 통해 바다가 연약하고 유한하다는 점을 모르는 이들에게 바다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고 싶다. 나는 바다로 통하는 창을 만들고 싶다.”

데이비드 더블릿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바다 위 세계와 사람들의 시야에서 숨겨진 바닷속 세계를 한 번에 보여주는 이 작업을 통해 익숙했던 지구에 대해 또 다른 경이로움을 전달한다. 동시에 두 세계가 연결돼 있는 하나의 생태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 김진영
사진책방 ‘이라선’ 대표, 서울대 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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