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찰스 굿하트 런던정치경제대(LSE) 명예 교수 | “인구구조 보라…인플레와 고금리는 필연적”
“2021년 말부터 시작된 물가와 금리 급등이 어느 정도 진정되더라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금리 시대는 몇십 년 동안 계속될 것이다. 자산 가격도 하락한 뒤 오랫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해도 놀랍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글로벌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문제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고령화에 따른 거시 경제 구조 변화를 가속화시켰다고 봐야 한다.”
최근 영국 런던 켄싱턴의 자택에서 만난 찰스 굿하트 런던정치경제대(LSE) 명예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의 고물가·고금리가 일종의 ‘뉴 노멀’이 될 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굿하트 교수는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주는 데다 상당수 노동력은 고령자 간병에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에 따른 임금 상승이 고스란히 물가를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의 고령화가 본격화된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됐던 건 풍부한 노동력으로 값싸게 제품을 생산해 세계 시장에 판매하던 중국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굿하트 교수는 “중국과 같은 수준의 대규모 노동력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중국은 전혀 고령화 사회의 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고령화의 충격을 극단적으로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금리 급등도 필연적이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다, 고령화로 가계 저축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반적인 기준금리는 3~4% 정도, 인플레이션율은 연 2~3%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의 글로벌 거시 경제와 금융 시장의 불안정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진단을 굿하트 교수는 내린 셈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가 종식 국면을 맞이한 2021년 말 이후 물가가 급등한 구조적인 원인을 설명해달라.
“생산가능인구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가 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과 최고 수준의 결원 수준을 경험하고 있다. 그 결과 임금이 대폭 오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졌다.
크게 세 가지 경로가 있다. 먼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집에서 일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예전의 통근자 생활로 돌아오지 않고 은퇴하거나 파트타임 일자리를 잡았다. 특히 60~65세 고령 인구의 경우 빠른 은퇴를 결정한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코로나19가 건강에 장기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른바 ‘롱 코비드’다. 건강 악화로 상당수 노동자가 예전의 전일제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세 번째는 이민자의 감소다. 이민자 유입이 뚝 끊기면서 이전 같은 수준의 경제활동인구를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으로부터 인구 유입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전부터 공급 측면의 장기적 구조 변화가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는 주장을 해왔다.
“1990년대부터 코로나19 이전까지 세계 경제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구배당’이다. 중국, 동유럽 등 신흥국 경제가 세계화의 물결 속에 산업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그 나라의 풍부한 노동력이 장기적인 저물가 국면을 조성했다. 또 높은 저축률도 금리 수준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적인 역할이 끝났다. 이제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 속에서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전의 저금리와 낮은 인플레이션의 조합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인가.
“일반적인 기준금리는 3~4% 정도, 인플레이션율은 연 2~3%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노동력 부족 현상이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여 임금발(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앙은행은 이에 대응해 인플레이션율을 (전통적인 목표치인) 연 2% 전후로 유지하기 위해서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펼 것이다. 결국 고물가·고실업이 향후 몇십 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 본다. 이 전망은 인구구조 변화, 그리고 고령화가 경제 구조에 미치는 영향에서 기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꽤 예측력이 높다고 생각한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명확히 답을 할 사안은 아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기준금리가 노동 시장 상황을 바꿀 수 있을 때까지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연 5% 초반대까지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영국도 비슷한 수준까지 올릴 것이다.”
임금이 전반적으로 상승한다면 소득 분배 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보나.
“국가 내 불평등은 완화될 것이다. 미숙련 노동자의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고, 이자율 상승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 가격은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이 강한 상방 압력을 받는 것도 자산 가격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자산 가격이 오랫동안 현재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놀랍지는 않다. 1990년대 일본이 경험한 자산 가격 변동과 아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가 간 불평등, 즉 선진국과 신흥국의 격차는 확대될 것이다. 아프리카 등 신흥국은 중국의 뒤를 쫓아 산업화 경로를 밟기 어렵고, 저발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선진국은 이전보다 낮긴 하지만 성장이 유지된다.”
단순히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고령 인구가 사회에 미치는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핵심 논리다.
“고령화의 진짜 문제는 치매, 파킨슨병, 관절염, 복합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그들에 대한 간병 수요가 폭발한다는 것이다. 간병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고,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전체 노동력의 20%가 간병 관련 일을 한다. 다른 나라들도 가뜩이나 부족한 노동력을 간병에 투입해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한 재정 부담 폭증은 필연적이다. 민간 소비에서도 간병 관련 지출 비중이 커진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중국의 고령화 문제를 꼽았다.
“고령화 문제가 극단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곳은 중국이다. 아직도 중국의 은퇴 연령이 여성은 50세, 남성은 60세다. 2022년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과 계획을 발표할 때 인구와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 거의 언급하지 않더라. 매우 놀랐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중앙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재정 지출 급증에 대응할 수 있는가.
“재정수지 압박을 받는 각국 정부의 선택지는 두 개다. 먼저 고령자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세금을 더 내길 원치 않을 것이고, 세금이 올라간 만큼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도 올려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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