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 중국 푸젠성에 고속증식로 2기 가동] 중국 올해부터 핵무기 100기 만들 원자로 가동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전문기자 2023. 1. 1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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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 기사에 실린 일러스트.중국을 상징하는 사자상 뒤로 고속로 설계도가 보인다. 고속로는 고속 중성자로일반 원전에 쓰지 못하는 우라늄238을 핵분열이 가능한 플루토늄239로 바꾼다. 이 플루토늄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핵무기 연료로 쓸 수도 있다. 사진 스펙트럼
이영완 조선비즈과학전문기자 현 KAIST 문술미래전략 대학원 겸직교수,전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

중국 자금성을 지키는 사자상 뒤로 원자로의 도면이 보인다. 원자로에서 나온 붉은 열이 파란색의 물을 증기로 바꿔 전기를 생산한다. 그리고 핵무기를 만들 원료까지 나온다.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은 12월 29일 “중국의 새로운 고속증식로가 2023년부터 전기와 함께 매년 핵폭탄 100개를 만들 플루토늄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자 그림은 ‘스펙트럼’ 기사에 실렸다. ‘스펙트럼’은 국영 핵공업집단공사(CNNC)가 중국 남동부 푸젠성의 창비아오섬에 고속중성자증식로(fast-neutron nuclear breeder reactor) 2기를 건설했으며, 1기는 올해부터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고, 다른 1기는 2026년 전력망에 연결된다고 밝혔다.

 

매년 핵무기 100기용 핵연료 생산

창비아오섬의 고속중성자증식로는 CFR 600이다. 원형은 러시아에서 35년간 가동한 고속증식로인 BN600이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섞인 혼합연료(MOX)도 러시아가 공급한다. 세계원자력협회 뉴스 사이트인 월드뉴클리어뉴스는 1월 4일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의 핵연료 제조 자회사인 TVEL이 중국 CFR600에 들어갈 핵연료를 선적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CFR600은 6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전체 원전 발전량의 약 1%에 해당한다. 전력량은 미미해 보여도 다른 면에서 중국에 무엇보다 중요한 원자로다. 각각의 원자로는 연간 무기급 플루토늄을 200㎏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핵탄두 50개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 창비아오섬의 원전이 해마다 핵무기 100개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서방세계는 중국이 군사력 증강을 위해 원전을 가동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물리학자이자 핵 정책 전문가인 프랭크 폰 히펠 교수는 ‘스펙트럼’에 “중국은 핵무기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며 “이 원자로의 목적 중 하나도 병력 증강을 위한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핵미사일용 지하 격납고 겸 발사대인 사일로를 추가 건설하는 일도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


물 대신 액체금속 냉각재 사용

창비아오섬의 고속로가 전기와 함께 핵무기 원료까지 생산하는 것은 기존 원전과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로는 중성자가 우라늄과 충돌하면서 핵분열될 때 나오는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 국내외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경수로(輕水爐)는 핵분열이 지나치지 않도록 냉각재인 물로 중성자 속도를 줄인다. 이런 ‘저속’ 중성자는 우라늄 동위원소 중 원자량이 235인 우라늄235만 핵분열시킬 수 있다. 우라늄235는 천연 우라늄 중 0.7%에 불과해 농축 과정이 필수적이다.

천연 우라늄의 99% 이상은 우라늄238이다. 고속로는 원자로에 쓰지 않던 우라늄238을 연료로 쓴다. 고속로는 물 대신 소듐(나트륨) 같은 액체금속을 냉각재로 쓴다. 중성자는 액체금속에서 속도가 줄지 않는다. 이런 ‘고속’ 중성자가 우라늄238을 때리면 핵분열이 가능한 플루토늄239가 된다. 새로 생긴 플루토늄239가 핵분열을 일으켜 전기를 만든다.

고속로는 원전에서 나오는 폐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다. 폐연료에는 우라늄238과 플루토늄239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고속로는 이것을 태워 다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플루토늄239가 핵무기의 원료가 된다는 점이다. 고속로에서 플루토늄이 투입한 연료보다 나중에 더 많이 나오면 ‘증식로(breeder)’라고 한다. 플루토늄 전환비가 1보다 작으면 ‘연소로(burner)’라고 한다.

창비아오섬의 CFR600은 증식로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CFR

600은 노심(爐心)에 전력 생산용 혼합연료를 넣고 주변을 둘러싼 블랭킷에도 우라늄238을 넣어 투입량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다”며 “서방이 중국의 CFR600이 전력 생산보다 핵무기 원료 생산용이라고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1. 세계원자력협회 월드뉴클리어뉴스는 1월 4일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의 핵연료 제조 자회사인 TVEL이 중국 CFR600에 들어갈 핵연료를 선적했다고보도했다. 사진 로사톰 2. 러시아 스베르들롭스크주 자레치니에 있는 벨로야르스크 원자력발전소에 건설된 소듐고속증식로인 BN800. 사진 로사톰 3.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로봇팔로 방사능 차폐 장치 내부에 있는 모의 폐연료봉을 조작하고 있다.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미국, 일본은 포기하고 러시아, 중국만 추진

고속로는 1958년 옛 소련의 과학자가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경수로에서 나오는 폐연료를 다시 태울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후 미국과 프랑스, 영국, 독일도 고속로 개발에 나섰지만, 현재 가동 중인 고속로는 없다. 나트륨이 물이나 공기와 닿으면 폭발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몬주 고속로도 1995년 나트륨 유출 사고로 화재가 발생한 후 가동이 중단됐다. 일본은 2016년 몬주 고속로를 해체하기로 했다.

인도, 러시아, 중국은 여전히 고속로를 개발하고 있다. 인도는 시험로 단계이지만, 러시아는 이미 고속로 2기를 운용 중이다. 중국은 1차로 베이징 인근에 20㎿ 용량의 시험로를 세웠고, 2단계로 올해 실증용 600㎿ 고속로를 실제 전력망에 연결한다. ‘스펙트럼’에 따르면 중국은 곧 1000㎿ 용량의 상용 고속로를 건설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서방 세계도 최근 다시 고속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전 폐기물 처리와 핵무기 전용 차단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2001년부터 미국과 프랑스, 한국 등 13국이 소듐냉각고속로(SFR·Sodium Fast Reactor) 중심의 4세대 원자로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나트륨 폭발을 막을 안전 기술이 발전한 것도 고속로 연구에 도움을 줬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는 345㎿ 용량의 SFR을 개발하고 있다. SK그룹도 여기에 투자했다.


국내에선 파이로 연구와 연계

우리나라도 고속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1월 5일 ‘2023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지정한 차세대 원전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중 하나로 SFR을 제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미국과 함께 원전 폐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을 개발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전기로 핵분열이 가능한 물질을 분리하는 건식 처리법이다. 습식 처리처럼 플루토늄만 골라 뽑지 않고 다른 물질과 함께 통째로 분리해 핵무기로 전용할 우려가 없다.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뽑아낸 물질을 다시 태울 원자로가 고속로다. 우리나라는 폐연료 물질로 전기를 생산하고 방사성 물질을 줄이는 것이 목적인 연소로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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