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피고기업 포함된 호응조치 재차 요구… 日 화답할까
정부, ‘대위 변제’ 국내 여론 전달
日선 전범기업 구상권 포기 전제
다른 기업들 재단기부 동참안 부상
‘통절한 반성’ 담화 계승 입장표명
한국측 이해 구하는 방안도 검토
한국과 일본의 외교 당국이 16일 일본 도쿄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는 국장급 협의를 개최했다. 한국 정부가 마련한 해법의 골자가 지난 12일 공개토론회에서 공개된 가운데 한국 정부가 그간 요구해 온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일본 정부가 내놓을지 주목된다.
관건은 그 전제 조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호응이다. 한국 정부는 재단이 배상금을 대신 지불하는 것에 비판적인 피해자들, 국내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선 재단에 대한 일본 기업의 기부, 강제동원 사실에 대한 사죄 혹은 반성의 뜻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토론회 당시 분위기 및 여론 반응 등을 소상히 이야기했고,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일본의 호응 조치가 있어야 정부 해법을 공식 발표할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호응 조치에는 피고 기업(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배상은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등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건전한 한·일 관계의 근간으로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쌓아온 우호 관계”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한국 정부의 해결책을 뒷받침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방문 중이던 13∼14일(현지시간) 잇달아 “한국과의 현안을 신속하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죄에 대해서는 ‘통절한 반성의 뜻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자세를 재차 표명해 한국 측의 이해를 구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 문제의 진전 상황에 따라 5월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한·일 정상 간 회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통화에서 “여론도 있고, 상대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시점을 정해놓고 협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건 분명하지만 (한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일본 내 보수파의 주장을 고려해야 해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오쿠노조 히데키(奧?秀樹) 시즈오카(靜岡)현립대 교수는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은 근소한 표 차이로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고, 국회에서도 소수 여당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한국이 전면적으로 양보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일본도 (한국 정부에) 협력해가면서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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