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오키나와와 한국의 공통점
오키나와로 휴가를 다녀왔다. 오키나와는 일본 최남단의 현이다. 류큐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15세기에 류큐 왕국이 수립되었다가 메이지 시대 일본에게 강제 복속되었다. 태평양전쟁 때 오키나와에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었다. 종전 후에 미국이 계속 통치하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된 곳이 오키나와다.
사실 오키나와에 대해서는 세계사 수준의 상식과 일본 선거 시즌에 혼자 튀는 정치성향 같은 것 밖에는 잘 몰랐다. 출국을 두 시간 앞두고 공항에서 기시 마사히코가 쓴 '망고와 수류탄'을 읽으며 일단 벼락치기를 하기로 했다. 전쟁 당시 오키나와인들의 생활상이 담겨 있는 책이다. 막상 오키나와를 둘러보니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한국 경제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시내를 돌아봤는데 지역은행인 나하은행, 지역 신문사인 류큐신보, '건쵸마에'라고 부르는 현청 같은 것들이 있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대부분 오키나와 현지신문을 읽는다고 한다. 본토와는 정치적 입장도 다르고 산업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어는 가게 메뉴판 정도 밖에는 읽을 수 없어서 오키나와 신문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오키나와가 본토와 선을 긋는 모습은 선명했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맹위를 떨칠 때 식민지였던 한국처럼 오키나와 역시 차별받고 고유 문화를 말살당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원주민들은 자신을 '우치난추'라 부르고, 일본 본토에서 온 사람들을 '야마톤추'라고 구별해 부른다. 오키나와가 일본제국에 편입됐을 때 도쿄나 오사카에는 '오키나와 사람과 조선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도 종종 붙었다고 한다.
대만 해협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오키나와 사람들은 오키나와가 다시 전쟁터로 변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현 인근 난세이 제도에 3000명 규모의 '오키나와 방위집단'을 창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난세이 제도의 요나구니·이시가키·미야코섬에는 활주로를 확장해 자위대 F-35 전투기와 같은 주력 전투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군사 거점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은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반드시 전투작전에 사용할 것이다. 미군기지를 활용하지 못하면 미국 전투기는 효율적으로 전쟁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면 중국은 오키나와를 공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전쟁의 불길은 오키나와로 옮겨 붙는다. 북핵 위협이 어느 때보다 커진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한국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오키나와 경제도 문제다. 그동안 오키나와 주민들의 소득은 일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는 관광에 의존하고 있는 오키나와 경제에 큰 타격을 미쳤다. 코로나 19 사태가 다소 잠잠해지면서 오키나와 경제는 최근들어 관광 업종을 중심으로 회복 추세에 있다.
지금도 오키나와는 경제대국인 일본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곳이다. 오키나와 경제는 관광 수입 및 미군 소비에 의존한다. 코로나19나 지진 같은 변수가 있으면 오키나와의 일상은 쉽게 무너진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몇차례나 오키나와를 금융특구 또는 정보통신특구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정책적 실패는 반복됐다. 본토에서는 군사력을 갖지 않겠다는 약속의 평화헌법조차 폐기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참에 주력산업인 관광업을 좀 더 부흥시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타마키 데니 오키나와 지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제 재건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오키나와 21세기 비전'을 공개했다. 핵심은 오키나와 현지 기업들의 수입을 높여 현민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신구 세대의 갈등도 심한 것도 한국을 떠올리게 한다. '오키나와의 발전을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라고 물은 설문조사 결과는 세대 간의 인식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60대 이상의 고령자는 '미군기지 이전 및 철수'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40~50대 중년층과 30대 이하의 청년들은 '경제와 교육'을 최우선으로 선정했다.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고 싶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과 오키나와는 공통점이 많았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전쟁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경제도 침체일로다. 세대 차이도 강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고 믿는다.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미래를 열 것이라 확신한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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