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사회적 합의’ 무용지물…여전히 ‘까대기’는 택배노동자 몫
지난 3일 새벽 경기 용인 로젠택배 용인처인지점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인력 투입”을 외치며 분류작업 거부에 나섰지만, 2주가 지난 16일까지 단 한 명의 분류인력도 충원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사업자·대리점은 분류인력을 투입한다’는 사회적 합의문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도 정부 차원의 점검과 개선명령 등의 권한 이행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전국택배노조 용인처인지점 소속 노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김종엽 로젠택배 용인처인지점장은 지난 3일 노조 소속 노동자 10명이 분류작업 거부를 한 뒤에도 “택배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분류인력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노조 소속 한 택배노동자는 “비노조원들에게 계속 부담을 떠넘길 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분류작업을 다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류인력 투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지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겨레>가 국토교통부에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택배 사회적 합의 현장점검 결과’를 보면, 지난해 9월∼12월말까지 전국 13개 터미널 가운데 완전히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에서 제외된 곳이 38%(5곳), 택배노동자가 일부 분류 작업에 참여하는 곳이 46%(6곳),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을 전담 하는 곳이 15%(2곳)이다. 앞서 보도한 현장조사(지난해 1∼8월) 결과에서 택배노동자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제외된 곳이 28%, 택배노동자가 모든 분류작업을 맡는 곳이 15%인 것과 견줘 큰 변화가 없던 셈이다.
지난 2021년 6월22일 택배사, 노동자, 정부 등이 합의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2차)’에는 명확히 “택배기사의 기본 작업범위에서 분류작업을 배제한다”며 “택배사업자 및 영업점은 택배기사의 장시간·고강도 작업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분류만을 전담하는 별도의 인력(분류인력)을 투입한다”고 적혀있다. 분류인력을 투입하지 않거나, 일부만 투입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현장여건 상 분류인력 투입이 현저히 비효율적인 경우”로 제한했다.
그러나 분류인력이 전혀 투입되지 않은 곳이 평균 15%에 이르고 일부 대리점, 지점에서 분류인력 투입을 원하는데도 택배 사회적 합의(2차)가 이뤄진 지 1년반이 넘도록 택배사, 대리점주·지점장, 정부에서 조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택배사는 분류인력 투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젠택배 쪽은 <한겨레>가 용인처인지점 상황에 대해 보도한 뒤에서야 “현장 작업 환경, 구인난 등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경우엔 분류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게 본사의 입장”이라며 “용인처인지점과 같은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본사에서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사회적 합의 당사자로서 합의문에 “정부는 종사자의 작업조건 개선 및 거래구조 개선 사항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하고 지원한다”고 합의했지만, 실제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지난 2021년 1월 보도자료를 통해 ‘주 2∼4회 불시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 외에 구체적인 점검 기준도 없다. 국토부는 지난해 1∼8월에는 모두 97곳 월 평균 12.1곳을 현장점검했는데, 지난해 9∼12월말에는 모두 13곳 월 평균 4.3곳만을 점검했다. 국토부가 밝힌 대로라면 3달 동안 최소 24∼48곳을 점검해야하는 데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주 (현장 점검을) 가는 건 아니다”며 “상황에 따라 주 1∼2회 정도 점검을 나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내부 규정이나 규칙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상 국토부는 분류인력 투입 등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택배사업자 등에게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개선 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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