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벌던 1세대 유명 강사 문단열이 투병 중인 ‘이 질환’은 무엇?
유머러스한 영어 강의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원조 유명 강사' 문단열의 근황이 공개됐다. 문단열은 EBS '잉글리쉬 카페'와 MBC '뽀뽀뽀' 등 방송에서 영어 강의를 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약 40억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인기 강사였던 문단열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지난해 1월에 '폐섬유증' 확진을 받은 투병 근황을 전했다. 문단열이 앓고 있는 '폐섬유증'에 대해 알아보자.
감기와 같은 듯 다른 ‘폐섬유증’
문단열은 "피를 토하는 듯한 기침을 3개월동안 했으며 세 걸음 걷고 숨을 가쁘게 내쉬었는데, 감기라고 하기엔 너무 오래 가고 심했다"라며 초기 증상을 설명했다. 폐섬유증은 기침과 가래라는 증상 때문에 단순 감기와 혼동할 수 있지만, 일주일에서 늦어도 한 달 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감기와 달리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서서히 증상이 악화된다. 또한 감기나 폐렴의 가래는 노란빛을 띠지만, 폐섬유증은 일반적으로 하얀 가래가 나오는 등 차이가 있다.
폐섬유증은 '섬유화'라는 말 그대로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질환이다. 폐는 호흡기관인 코·입·기관지와 연결되어 우리 몸 전체에 산소를 공급한다. 폐는 폐포(肺胞)라는 작은 꽈리 모양 공기주머니로 되어 있다. 폐포 사이 공간을 간질(間質)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간질성 폐 질환'이라고 한다. 간질성 폐 질환은 폐의 간질에 생기는 호흡기 질환을 통틀어 일컫는다. 따라서 급성질환뿐 아니라 만성질환도 있으며, 원인을 아는 질환,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 등이 있다. 간질성 폐 질환이 치료가 되지 않아 계속 진행되면 간질 조직이 두꺼워지면서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이를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정확한 원인 몰라 더 무서운 ‘특발성 폐섬유증’
폐섬유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에 벌집 모양의 구멍이 생기고,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는다. '특발성'이라는 말처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와 메르스 감염 후유증으로 인한 폐섬유증,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섬유증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이 역시 정확한 발병 원인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특발성 폐섬유증은 흡연자에서 빈도가 높고, 항우울제, 위-식도 역류에 의한 만성적 폐 흡입, 금속분진, 목재 분진 또는 용매제 흡입 등이 위험인자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는 3,736명으로 집계됐으며 이후 2021년에는 약 1만 8,000명으로 급증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과 기침, 가래이며, 계속 진행되면 체중감소,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으로 아주 초기에 폐섬유증이 진단되기도 하는데, 이때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약 40%에 불과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미국에서는 한 해 약 5만 명이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사망한다. 폐섬유증은 서서히 진행되다가 급격히 악화하는 특징이 있다. '급성악화(Acute exacerbation)' 단계로 진행된 환자는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폐 기능 상실로 사망에 이른다. 이러한 급성악화 단계로 인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50%가 목숨을 잃는다. 이 단계를 무사히 넘긴 환자의 절반 정도 역시 4개월 안에 사망한다.
'급성악화' 이외에도 병이 진행되면서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폐에서 산소 교환이 되지 않아 저산소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수 있다. 폐암이 생기거나 폐렴, 폐색전증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완치나 호전은 어렵지만 폐섬유증 진행 늦출 방법 찾아
한번 섬유화된 폐는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항섬유화제가 개발되면서 폐섬유증을 완치하거나 호전시킬 수는 없지만, 폐섬유증의 진행을 늦출 수 있게 됐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 캠퍼스(University of Illinois Urbana Champaign)의 아이작 칸(Isaac Kahn) 미생물학 교수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특발성 폐섬유증의 급성 악화를 유발하는 물질을 찾았다고 밝혔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폐에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등의 박테리아가 많이 증식한다는 것은 이전 연구에서 드러났다. 연구팀은 급성악화가 유발되는 이유가 폐의 내벽에 다량의 염분이 침전하는 것과 관련이 있으리라 추정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폐 세포를 죽이는 건 호염성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nepalensis)이 분비하는 펩타이드(Peptide)였다. 연구팀은 이 화학물질을 코리신(Corisin)으로 명명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코리신을 투여하거나, 코리신을 분비하는 포도상구균에 감염된 생쥐는 '급성악화' 조짐이 훨씬 더 심하게 나타났으며, 급성악화를 경험한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폐 조직 샘플에서도 높은 수위의 코리신이 검출됐다.
연구팀은 호염성 포도상구균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 박테리아가 폴리펩타이드(다중 아미노산 결합체)를 잘게 쪼개 코리신을 생성한다는 걸 확인했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코리신과 비슷한 화학물질을 생성하는 세균이 더 있는지, 코리신 같은 박테리아 생성 물질이 신장과 간 등의 섬유증에 작용하는 지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연구는 특발성 폐섬유증의 진행을 늦추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향후 치료 약 개발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특발성 폐섬유증 예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발견
이 외에도 특발성 폐섬유증의 예후 예측을 위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이 불분명한데다 발병 이후 생존 기간이 3~5년에 불과한 만큼 예후 예측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그 단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포착됐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기관지 폐세척액(BALF)에서 자주 관찰되는 과립구 집락자극인자(Granulocyte colony-stimulating factor, G-CSF) 농도와 폐 기능 및 장기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상관성이 규명된 것. 향후 예후 판단에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이종욱 교수 등을 포함한 연구진은 폐포 벽에 만성염증 세포들이 침투, 폐섬유화를 동반하는 특발성 폐섬유증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폐에 생리식염수를 주입, 세균 등 병원체 등을 세척한 기관지 폐세척액에 주목했다. 세척액에서 G-CSF가 자주 발견되고 특히 폐 질환 환자에서 G-CSF의 농도가 유의하게 상승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G-CSF 농도와 생존율 사이의 상관성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G-CSF 수치는 호중구와 양의 상관관계에 있었고, 대식세포 및 림프구와의 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즉 G-CSF가 일산화탄소 확산 능력 감소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G-CSF 수치가 특발성 폐섬유증 예후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
폐섬유증은 치료가 쉽지 않아 '안 걸리는 게 상책'인 질환으로 손꼽힌다. 폐섬유증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명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다. 따라서 가장 유력한 위험인자인 흡연을 중단하는 등 최대한 위험인자를 피하고, 평소 폐를 튼튼하게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평소 유산소 운동을 활발히 하여 폐와 심장의 기능을 키우고, 정체된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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