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등 퇴행성 척추 질환, 1㎝ 정도만 절개하는 ‘내시경 수술’로 부담 줄어
33개 뼈로 구성된 척추는 중추신경 다발인 척수(脊髓)를 감싸서 보호한다. 척추뼈 사이에 있는 23개의 추간판(椎間板)은 척추의 운동과 충격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척추와 추간판도 퇴행한다. 척추나 추간판이 퇴행해 염증이 심해지면 허리 통증이 생기고 척추 질환으로 이어진다.
권우근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권 교수는 “고령인을 괴롭히는 퇴행성 척추 질환을 수술 기법 발전으로 이젠 1㎝ 정도만 절개하는 최소 침습 수술인 ‘내시경 수술’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퇴행성 척추 질환이란.
“목ㆍ등ㆍ허리 척추도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의 다른 기관이나 조직처럼 자연히 퇴화한다. 나이 들면서 이마에 주름이 깊어지는 것을 병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척추의 퇴행성 변화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자체로 질환은 아니다. 다만 퇴행성 변화가 통증이나 저림, 신경 마비 같은 문제 증상을 일으키면 질환이라고 부르고 치료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추간판탈출증(디스크)과 신경관협착증 등이 있다.
팔다리 통증이나 저림, 특히 팔다리 전체가 아니라 옆면이나 뒷면같이 특정 신경절을 따라 통증이나 저림이 발생하면 추간판탈출증이나 다른 퇴행성 질환에 의한 신경통을 의심할 수 있다. 오래 걸을 수 없고 자꾸 쉬어야 한다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하거나 수저질이나 글씨 쓰기, 단추 잠그기 같은 섬세한 동작이 되지 않는 것도 관련 증상일 수 있다.
퇴행성 척추 질환은 나이 드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생활습관, 직업적 특성, 유전적 요인 등도 원인일 수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원인으로 질환이 발생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생각보다 매우 많은 환자가 비수술적으로 치료하거나 조절된다. 개별 질환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인 목ㆍ허리 디스크나 협착증은 70~80% 정도가 비수술적 치료로 조절 가능하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약물 치료, 물리 치료, 운동 치료, 주사 치료나 시술(신경차단술, 신경성형술) 등이 있다. 그러나 약물ㆍ주사ㆍ시술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해도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해야 한다. 흔히 발생하지 않지만 퇴행성 척추 질환으로 인한 ‘척수병증’처럼 진단 즉시 수술해야 하는 질환도 있으므로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척추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나.
“척추 퇴행은 장시간에 걸쳐 여러 요인으로 발생하므로 간단한 방법으로 예방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몇 가지 노력으로 퇴행을 늦추거나 장기간 잘 관리할 수는 있다. 목ㆍ등ㆍ허리 척추를 중심에서 잡아주는 기립근, 중심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으로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기에 근력 운동과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이 중요하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보거나, 자주 무거운 것을 들거나, 바닥에 주저앉는 등 척추에 좋지 않은 자세를 피해야 한다.”
-최근에는 최소 침습 수술인 ‘척추 내시경 수술’이 많이 시행되는데.
“전통적 척추 수술과 전혀 다른 새로운 수술 기법이다. 개복(開腹) 수술이 아니라 1㎝ 정도 절개해 가느다란 기구와 카메라(지름 6~9㎜)를 넣어 목ㆍ등ㆍ허리 척추에 발생한 병을 치료하는 '최소 침습 수술(minimally invasive surgery)'이다. 마치 복강경으로 복부 장기 수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심한 허리 통증이나 방사통(放射痛)을 일으키는 퇴행성 척추 질환에 주로 활용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목ㆍ등ㆍ허리 척추 질환은 상당수 퇴행성 변화 때문이다. 퇴행성 변화로 인해 신경을 압박하면 척추 내시경을 활용해 이를 해소할 수 있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목ㆍ허리의 추간판탈출증(디스크)과 신경관협착증 가운데 나사를 고정하거나 기구를 삽입할 때를 제외하고 신경관을 넓히는 데 흔히 적용된다. 그런데 시술 적용 범위가 점점 넓어져 경추(목뼈)뿐만 아니라 척추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전에는 척추 내시경 수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기구 고정 수술’ 같은 큰 수술도 가능해졌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개복 수술보다 절개 범위가 작고, 근육ㆍ인대ㆍ뼈 등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게 장점이다. 심지어 정상 조직을 전혀 손상하지 않고도 수술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 회복이 빠르며 입원 기간도 짧다. 이 때문에 80세 이상 고령 환자에게도 수술하고 있으며, 젊은 환자에게도 유익하다.
척추 내시경 장비 해상도가 계속 개선되고, 시술 기구도 다양화되면서 수술 대상 질환도 많아졌다. 수술 위치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는 내비게이션 기능도 가능해져 신경 손상 위험도 크게 줄었다.
다만 척추 내시경 수술이 모든 척추 질환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절개ㆍ개방 후 미세 현미경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수술이 필요한 질환도 여전히 많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과 수술 전 검사ㆍ평가를 통해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전문의와 논의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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