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살해' 50대 중국인에 무기징역 구형…돈 문제로 다투다 범행

검찰 "반인륜적 범행…피해자 탓하며 반성 안해"
변호인 "치매·뇌질환으로 기억 못해…선처 부탁"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검찰이 돈 문제로 다투던 30대 사위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중국 국적의 50대 남성 최모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병철) 심리로 16일 오후 열린 결심공판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년 전자장치 부착 및 보호관찰 5년 등도 함께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사위를 살해한 반인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전에 참작할만한 별다른 사정도 없다"며 "피고인은 범행 후 피해자를 탓하고 범행을 정당화하려는 등 무책임하고 개전의 정이 없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8월21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사위 A씨와 돈 문제로 다투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장인인 최씨에게 돈을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고 최씨는 이를 거절했다. 최씨는 A씨와 다투던 중 A씨의 가슴을 흉기로 찌르고 서울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포항으로 택시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첫 재판에서부터 결심공판까지 당시의 상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두 번째 공판에서 최씨의 딸이자 A씨의 아내인 B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아버지는 술을 먹고 누구를 해코지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사망한 남편이 임신 중인 자신에게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흉기까지 들었던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아버지가 막노동으로 번 돈의 대부분을 중국에 있는 아내와,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장애를 입은 아들에게 송금했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반면 A씨는 최씨가 딸에게 따로 돈을 보내지 않는다며 불만을 품고 자주 다퉜다고 B씨는 증언했다.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던 B씨는 최씨가 자수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B씨는 "아버지가 '서울에 올라가 자수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연락해 내가 경찰에 연락했다"며 "경찰에서 위치를 알아볼 수 없냐고 해서 알려줬고 나중에 경찰이 '아버지와 서울로 올라온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검찰은 사건 당일 최씨와 A씨가 함께 집을 들어간 장면부터 최씨가 몇 번이나 집을 들어갔다 나오며 바지를 바꿔 입고 나오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줬다. 풀색 수의를 입고 하얀 마스크를 쓴 최씨는 아무 반응 없이 영상을 응시했다.

최후진술에서 최씨는 "딸과 손자에게 미안하고 지금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아 안타깝다"며 "죽은 사람한테도 미안하고 자식들한테도 미안하고 죄송한 것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최씨의 변호인은 "A씨가 먼저 칼을 들었고 이를 피하고자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칼에 찔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인이 진단받거나 치료받지 못한 치매나 뇌 질환의 영향으로 의도적으로 기억나지 않는 척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가 장애인 아들, 쌍둥이 손녀 등 중국에 있는 가족 뒷바라지를 위해 열심히 살아오고 대구로 내려가긴 했지만 수사기관 체포에 협조한 것을 참작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bchan@news1.kr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