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이승만 "검사님, 사형 구형해주셔서 감사"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21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중 한명인 이정학(51)이 2일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9.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2년 전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범인인 이승만(52)과 이정학(51)이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받았다.

16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이승만에게 사형을, 이정학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두 사람에게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직접 권총을 발사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 △공범인 이정학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 진정한 반성을 하는지 의문이라는 점 등을 들어 이승민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정학에 대해선 △돈을 위해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으나 직접 권총을 발사하지 않았다는 점 △범행을 인정하며 사실 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승만과 이정학은 돈을 노리고 아무런 잘못 없는 두 자녀를 두고 있던 가장인 은행 출납 과장을 살해했다"며 "범행 동기 등을 고려했을 때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범행의 폭력성에 비춰볼 때 재범 위험성이 충분히 있어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했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21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중 한명인 이승만이 2일 대전 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9.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후 진술에서 이승만은 "검사님, 저에게 사형을 구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검찰에서는 끝까지 총을 제가 쐈다고 하는데 제가 했으면 했다고 말했을 것이며 피해자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라고 했다.

이정학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와 유족에게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며 "이런 사람인 줄 모르고 결혼한 아내와 이런 아빠인지 모르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죽기 전에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날이 있기를 희망하며 항상 속죄하는 마음으로 죗값을 받겠다"고 했다.

이승만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범행을 저지른 과정에서 사람을 사망하게 한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범행에 관해서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라며 "피고인은 죽을 때까지 속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정학 측 변호인 역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지금까지 죄책감을 갖고 살았다"라며 "지난해 8월 체포될 당시 '올 것이 왔구나'라는 심정으로 사건 전부를 자백해 장기 미제사건 해결에 도움을 줬으며 범행 당시 수동적으로 보조적인 역할만 한 점을 고려해달라"라고 강조했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30일 대전경찰청에서 공개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미제사건 피의자 이승만 몽타주와 사진. (대전경찰청 제공) 2022.8.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재판부는 다음달 17일 오후 2시 마지막 공판을 열고 이승만과 이정학에게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앞서 22년 전인 2001년 12월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이승만과 이정학은 돈을 훔치려다 은행 출납 과장인 A씨를 권총으로 살해했다.

범행 당일 두 사람은 A씨를 포함한 은행 관계자 3명이 현금 가방을 내려 옮기는 순간을 노려 권총으로 협박을 했다. 당시 이정학은 3억원이 든 가방 2개 중 1개를 챙겨 차량에 싣고 이승만은 A씨에게 권총을 쐈다.

이 사건은 발생 후 21년 동안 미제로 남았으나 2017년 10월 들어 사건의 실마리가 드러났다. 범행에 사용된 차 안에서 나온 DNA가 충북 한 게임장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유력한 용의자로 이정학을 특정하고 같은해 8월 이정학과 이승만을 함께 체포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