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월 만에 9거래일 오른 코스피···3조 산 외국인 대부분은 단기자금
물가 둔화 신호 섹터별 호재에
코스피 장중 2400선도 회복
11월 차이나런 英 자금이 주도
"경기·실적 우려에 추세적 강세장 역부족"
코스피가 27개월 만에 9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장중 한때 2400선도 한 달여 만에 회복했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3조 2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증시가 정말 바닥을 지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에 따른 단기 상승장이라고 평가했다. 긴축 우려가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의 악화된 실적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주요 국가들 역시 단기투자자가 많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저하고라더니···2400도 찍은 증시=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 상황을 ‘상저하고(상반기는 낮고 하반기는 높다)’로 전망했다. 긴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안 보였고 기업 실적은 악화하는 한편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졌다. 증권사 중에서는 1900(신한투자증권)을 예상한 곳도 있었다. 상단은 2450~2750이었지만 이마저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막상 판도가 달라졌다. 상중하고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는 2020년 9월 이후 처음으로 9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1달러당 1200원대의 안정적인 환율이 배경이다. 업종별로 돌아가면서 강세를 보이는 점도 호재다.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더 악화된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후 ‘바닥’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으면서 상승을 시작했고 고금리 시대 실적 기대감에 주주 환원 확대도 예상되는 금융주,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반영된 소비·경기주, 로봇, 소프트웨어, 방산, 원전 등 테마별로 강세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상황도 한몫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세 상승장이기보다는 단기 상승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외국인 자금이 아시아에 유입 중인데 중국·한국·일본·동아시아 등 그동안 회피했던 지역이 리밸런싱(키 맞추기)되는 과정”이라며 “미국에서 새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면 이런 분위기는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뿐 아니라 올 1분기 실적 역시 부진이 예상돼 추세적 강세장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승장 이끈 외인 자금에 불안한 시선=상승장을 이끌고 있는 투자자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달 3조 1788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5027억 원)의 6배다. 개인이 쏟아내는 물량(3조 7246억 원)을 거의 다 받아낸 셈이다.
그런데 외국인의 순매수 동향을 국가별로 보니 절반 이상이 ‘단기성 자금’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5일 기준) 영국이 6061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아일랜드(3430억 원), 미국(3052억 원) 순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영국은 비교적 단기 투자 성격으로 분류된다. 아일랜드도 조세 회피처로 많이 활용돼 단타로 분류된다. 미국은 장기 투자금이 많은 편이다. 뒤를 이어 프랑스(2151억 원), 캐나다(1326억 원), 일본(1045억 원) 순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차이나런(탈중국) 자금 유입 당시에도 영국(2조 3582억 원) 자금이 상위 2~12위 자금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영국 자금이 순매도 1위(1조 1212억 원)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증시가 급락했다. 영국계 자금은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때 강도 높게 유입됐다가 환율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 유출되는 경향을 보이고는 했다. 외인에 기대 오른 만큼 또 다른 매수 주체가 받쳐주지 않으면 상승 동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변수도 있다. ‘기타’로 분류된 국가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타는 국가코드(ISO)가 부여되지 않은 자금이다. 이달 들어 1조 327억 원을 순매수해 영국보다 4000억 원 이상 많았다. 해당 자금이 장기 투자 성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각종 제재를 풀기 시작한다면 증시는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질지 등을 잘 살펴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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