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에 OECD 실질 최저임금 뒷걸음질

21국, 최근 2년 실질임금은 줄어
미국 -12%, 獨 -2.7%, 한국 -1.8%

1월 초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2023년 시간당 최저임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 40시간 근로 기준으로 월 201만580원이다./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충격이 세계경제를 강타한 최근 2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실질 최저임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물가가 더 빠른 속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률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으면 실질임금 상승률은 마이너스가 된다.

16일 OECD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9개월 동안 30개 회원국 중 21국의 시간당 실질 최저임금이 감소했다. 미국 실질 최저임금이 12.3% 줄었고, 네덜란드(-11.2%), 아일랜드(-7.4%), 폴란드(-6.5%), 캐나다(-5.1%), 그리스(-4.4%), 독일(-2.7%), 영국(-2.6%), 일본(-0.7%), 포르투갈(-0.3%) 등도 감소했다.

OECD는 “거의 모든 OECD 회원국이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결국 실질 최저임금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벨기에와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은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률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실질 최저임금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이 기간에 실질 최저임금이 1.8% 하락했다. 명목 최저임금이 2020년 8590원에서 작년 9160원으로 6.6% 올랐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2021년 2.5%, 지난해 5.1% 등 2년간 7.7%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는 우리나라 실질임금 상승률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전년 대비 5% 올랐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한국은행 전망치)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OECD의 분석은 최근 2년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첫 2년간 크게 오른 한국의 최저임금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정부는 2018년과 2019년에 최저임금을 각각 16.4%, 10.9% 올렸다가 부작용이 커지자 이후 2020년 2.9%, 2021년 1.5%, 2022년 5.0% 등으로 상승률을 낮췄다. OECD는 국내 최저임금 상승률이 낮아진 기간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