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외산백신 값 5배 오르는데 국산 백신·치료제는 퇴출 수순

박정연 기자 2023. 1.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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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멀티주.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외국 제약사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대응에 필요한 백신과 치료제를 이들 외국계 제약사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사정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백신과 치료제 주권을 거론하며 개발된 국산 백신과 치료제는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겨울 재유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어떤 변이로 인해 코로나19 유행이 급속도로 확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응 역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모더나 등 백신 가격 인상 예고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모더나는 미국 정부와의 계약이 끝나면 자사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 1회분당 접종 가격을 110~130달러(약 13만7000원~16만2000원)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모더나가 미국 정부에 공급하는 백신 가격은 1회분당 26달러(약 3만2000원) 수준으로 5배 가량 인상하는 것이다. 미국 화이자도 지난해 12월 자사 코로나19 백신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와의 계약이 끝나면 1회 접종 가격을 모더나와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할 전망이다. 

외국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인상하면 한국도 타격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정부가 백신 7900만 명분을 구입하는 데 든 비용은 3조 8067억원이다. 1회분당 약 4만8000원 정도에 구매한 셈이다.

코로나19 겨울철 재유행은 잦아들고 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 권고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향후 백신 구매에 필요한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 체계에서 사용되는 2가백신 4종은 모두 화이자와 모더나의 제품이다.

● 국산 백신‧치료제, 주류 제품과는 다른 개발방식…변이 대응하지 못해

정부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에 자체 대응력을 기르기 위해 국산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1개 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3개 부처가 출범시킨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 지난해까지 백신개발에 지원한 임상시험 지원 비용은 2575억원이지만 실제 상용화 제품까지 이어진 것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GBP510, 스카이코비원)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얼마 전 완제품 생산이 중단됐다. 지난해 2가백신 사용에 제외되면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스카이코비원은 원액만이 생산되고 있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나홀로 상용화에 성공한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CT-P59)는 지난해 2월 공급이 중단됐다. 

국산 백신과 치료제가 힘을 쓰지 못한 채 퇴장한 이유는 개발 시점에서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백신 및 치료제 제조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개발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재조합 단백질 방식의 스카이코비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초기주를 겨냥한 초기접종용 백신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첫 출하가 이뤄졌을 당시에는 이미 델타 변이 유행을 지나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는 상황이었다. 국내 접종률이 기대보다 낮은 상황에서 해외기구의 승인도 받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외국의 mRNA 기반 백신들은 변이 대응용 개량에 착수했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단백질 세포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재조합 단백질 방식과 달리 mRNA 방식은 단백질이 스스로 항원을 형성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백신의 개량과정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오미크론 변이 예방에 사용되는 백신은 전부 mRNA 기반 개량백신이다. 

유일한 국산 치료제인 렉키로나주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지 못했다.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주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 침입 과정 자체를 막는 원리를 사용한다. 중증화나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지만 새로운 변이에 의해 바뀐 스파이크 단백질에 제대로 결합하지 못해 신종 변이에 대응력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사용되는 미국 머크(MSD)의 라게브리오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모두 항체치료제가 아닌 항바이러스 치료제다.

전문가들은 국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감염병 대세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원인으로 외국에 비해 열악한 개발환경을 지적했다. 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은 앞서 “미국은 한국보다 2~30년 일찍이 mRNA 백신 개발 플랫폼에 투자하고 나섰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지원 규모 자체가 다르다”며 "단기간에 개발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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