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장협의서 국내 여론 전달…'호응조치' 공은 일본에(종합)

김효정 2023. 1. 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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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어려움 거론하며 호응조치 촉구한듯…"공개 토론회 분위기 생생히 전해"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2023.1.12 toadboy@yna.co.kr

(도쿄·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김효정 기자 = 한국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풀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뒤 논의 초점이 일본의 변제금 기여와 사죄 등 '성의있는 호응'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6일 오전 일본 외무성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국장급 협의를 개최했다.

지난 12일 공개 토론회에서 해법의 윤곽을 제시한 뒤 한일 외교장관 통화(13일)에 이어 국장급 협의까지 한일 당국간 후속 논의가 속도감 있게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이날 협의에서 서 국장은 공개토론회 등 '국내적 분위기'를 전달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 뒤 기자들과 만나 "공개 토론회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토론회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의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 특히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재원 기여를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피해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내 여론도 긍정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측은 이런 국내 상황을 설명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이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당국자는 호응과 관련해 양국 간 인식차가 있다면서도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있어야 우리가 독자적 해법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호응 조치가 나오고 그걸 토대로 원고분들에게 설명드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일본의 호응 조치가 가닥 잡히기 전까지는 해법을 발표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런 한국 상황을 의식한 듯 공개 토론회 직후부터 일본 언론 등을 중심으로 일본의 호응 조치 가능성도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재단이 피고 기업에 배상금 반환을 요구하는 '구상권'을 포기하면 일본 기업의 기여를 허용하는 방안이 일본 정부 내에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과거 일본의 태도보다는 분명 진전된 것이지만 결국 악마는 여러 복잡한 쟁점의 '디테일'에 있다는 평가다.

일본 측에 판결금 지급이 아니라는 명분을 줄 수 있느냐가 피고 기업 참여를 끌어낼 핵심 변수지만 동시에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책임 이행 요소도 갖춰야 한다는 점이 정부의 딜레마다.

일본은 한국의 구상권 포기를 통해 자국 기업의 재원 참여가 판결 이행 성격이 아니라는 형식을 갖추고 향후 혹시라도 한국이 구상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 등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구상권을 포기하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일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구상권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모금 방식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판결금 지급을 위한 출연금을 낼 경우 향후 배임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재단이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지정기탁 방식의 기부금 접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재단 측 설명이다. 앞서 포스코가 30억원씩 두 차례 출연한 것 역시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심규선 재단 이사장은 토론회 당시 발제문에서 "'사회적 공헌'이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피해자와 기업이 서로 윈윈하는 방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죄와 관련해서는 역대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과거사 관련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 유력한 절충점으로 점쳐지는데, 중요한 것은 과거 사죄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이 진정성 있게 드러날 수 있느냐다.

일본은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전후 50년 담화(무라야마 담화)나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에서 아시아 국민들 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바 있다.

이후 자민당 주류에서 역사인식이 후퇴하고 우경화 경향이 강해지는 등 바뀐 정치 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 사죄 계승을 재확인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한일이 이미 합의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나 기존 담화 내용을 재확인하는 것이 피해자들의 기대를 충족할지는 미지수다. 피해자 측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사실인정'을 전제로 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일간 협의가 막바지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처럼 까다로운 쟁점을 포괄할 '묘안' 도출이 가능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당국은 설 연휴 이후 이달 말께 서울에서 다시 국장급 협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르면 다음 달 방일을 통한 셔틀외교 재개 가능성도 염두에 뒀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회담 시기 등은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어느 정도 나와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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