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 ‘투명 회계’ 옥죄며 재벌 내부거래 규제 완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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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기업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공시해야 하는 '대규모 내부거래'의 기준금액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공정위는 2018년 내부거래 공시 이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공시 의무를 피하려고 쪼개기 거래 편법을 쓰거나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35개 기업집단을 적발해 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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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기업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공시해야 하는 ‘대규모 내부거래’의 기준금액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공시 부담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론 경영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편법 여지를 넓혀주는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조합비로 운영하는 노동조합에 회계 투명성을 높이라며 노조 회계감사원을 공인회계사 등 법적 자격 보유자로 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부당내부거래는 기업집단 내 계열사끼리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말한다.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사익편취의 통로가 되기 쉬운 까닭에 공정거래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공시해서 시장 감시를 받게 하고 있다. 2000년 처음 도입할 때는 100억원 이상 내부거래를 대상으로 했다가 2012년 일감 몰아주기 감시를 강화하라는 요구가 커지자 ‘50억원 이상’으로 넓혔다. 그런데 이를 올해 안에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또 분기마다 공시하도록 한 주식 소유, 자금거래 현황 등 8개 항목을 연 1회 공시로 전환하도록 고시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별 변동이 없어 분기마다 ‘해당 없음’이라고 쓰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제때 공시하지 않았을 때 물리는 과태료도 대폭 줄이겠다고 한다.
2021년 76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총금액은 218조원,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집단의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금액 비중은 12.9%에 이를 만큼 내부거래는 흔하다. 공정위는 2018년 내부거래 공시 이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공시 의무를 피하려고 쪼개기 거래 편법을 쓰거나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35개 기업집단을 적발해 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여기에서 더 공시 의무를 완화하고 과태료를 감면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고용노동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추진 방침을 보고받은 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처럼 노동조합 회계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합원이 알면 충분한 조합 회계를 전 국민에게 알리는 시스템까지 구축하자면서, 모든 시장 참가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재벌 내부거래는 공시를 줄이자는 게 말이 되는가. ‘양두구육’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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