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대전 은행 강도살인 피고인 2명에 사형·무기징역 구형(종합)
공범 이정학 "용서 구할 날 오길 간절히 희망"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사건 발생 21년만인 지난해 검거된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의 피고인 2명에게 검찰이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6일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승만(53)·이정학(52)의 살인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이승만에겐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이정학에겐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검찰은 최후진술에서 "이승만은 아직도 권총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하는 등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범행이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점, 이정학은 사격 경험도 없는 점 등으로 볼 때 이승만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의 철저한 계획 범행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고 나서야 밝힐 수 있었다"며 "오로지 돈을 노리고 잘못이 없는 45세 가장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점, 잔혹한 범행 수법을 고려할 때 중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만은 최후 변론에서 "사형을 내려주셔서 검사님께 감사하다"며 구형에 대한 불만을 반어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지금이라도 죽어달라면 죽어주겠지만, 총을 쏜 건 제가 아니다"라며 "사형이나 무기징역이나 형은 비슷해서 상관없지만, 검사님은 끝까지 제가 총을 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범 이정학은 "언젠가 살아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승만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살인은 공범 이정학의 범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은행 강도살인 범행 뒤인 2003년 대전 중구 은행동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을 단독 범행으로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제가 그때 했던 범행처럼 '우리는 돈이 목적이니까 최대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말자'고 이정학한테 얘기했는데, 이걸 본인이 한 말인 것처럼 주장하고 모든 진술 조서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꾸며놨더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국민은행 권총 강도사건 1년여 뒤인 2003년 1월 22일 오전 8시 25분께 은행동 밀라노 21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서 4억7천여만원이 실려있던 현금수송차량을 누군가 통째로 훔쳐 달아난 것이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는 2008년 끝났다.
경찰에서 본인이 살인 범행을 했다고 말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학이에게 '내가 적군이냐, 아군이냐'고 물었는데 '친구'라는 대답에 모든 걸 뒤집어쓰겠다고 결심했다"며 "친구는 의리니까, '내가 죽어줄 테니 너는 살라'고 내가 전부 했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이승만은 경찰에 붙잡힐 당시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가 은행 직원을 총으로 쏜 사실을 인정했는데, 다시 검찰 조사 단계에서 진술을 번복해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계좌 분배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승만은 아내 생활비와 스타렉스 승합차 구입, 선물주식투자 등에 2억1천여만원을 쓰고, 나머지 9천여만원을 이정학에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
심리생리검사(거짓말탐지기) 결과 총을 쏜 적 없다는 이정학의 진술은 거짓이 아니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으며, 생존 피해자의 진술도 공범 이정학의 진술과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량을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과장 김모(당시 45세)씨를 38구경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이 사용한 총기는 범행 두 달 전인 10월 15일 0시께 대덕구 송촌동 일대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뒤 빼앗은 것이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 안에서 발견된 마스크와 손수건의 유전자 정보(DNA)를 충북 지역 불법 게임장에서 나온 DNA와 대조 분석해 사건 발생 7천553일 만인 지난해 8월 25일 두 사람을 검거했다.
선고 공판은 내달 17일 열린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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