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외출때 선글라스 안쓰면 '구백 냥' 잃어요

정심교 기자 2023. 1. 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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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눈 건강이 중요하다는 뜻이지만 건강에 관심이 많아도 눈에 대한 관리는 비교적 소홀한 사람이 많다. 갑자기 눈앞이 흐릿하게 보여도 그저 노안이나 피로 때문이라 가볍게 여기며 넘기기도 한다. 노년기에 많이 발생하는 망막질환도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이나 자각증상이 없지만, 방치했다가는 시력 저하뿐 아니라 시력의 영구적 손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문상웅 교수와 함께 망막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2019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 참석차 내한한 헐리우드 배우 웨슬리 스나입스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선글라스를 벗고 있다. 2019.8.28/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 초기 증상 없고 실명 불러
망막은 뇌와 같은 신경조직이다. 문상웅 교수는 "쉽게 말해 머릿속 뇌의 일부가 눈 안에 파견 와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빗댔다. 뇌에 문제가 생겨 뇌출혈·뇌경색·치매가 발생하듯 눈 속 신경인 망막에도 출혈이 생기고, 혈관이 막히거나 신경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뇌에 질환이 발생하면 마비가 오고 인지능력이 감소하는 것처럼 망막에 이러한 질환이 오면 시력을 소실한다.

망막에 생기는 질환 가운데 대표적인 게 바로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미리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병이 상당히 진행되면 시력 저하 등 증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한쪽 눈을 가리고 한 눈으로 볼 때 보이지 않는 부위가 있고, 구부러져 보이거나 밤눈이 어두워질 수 있다.

그중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부에 변성이 생기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해 발생하며, 가장 예민해야 할 신경의 중심부에서 더는 빛을 보는 일을 못 하게 되면서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초기엔 글자나 직선이 흔들리거나 굽어 보이고, 그림을 볼 때 어느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다가 이 증상이 점점 심해지며 결국 시력을 잃는다. 다른 망막질환처럼 황반변성도 초기에는 증상이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경구 비타민제제 복용, 광역학요법(PDT), 항체 주사 등의 치료를 통해 시력 저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는 있지만 이미 나빠진 시력을 원래대로 회복할 수는 없다.

망막에 이상을 일으키는 또 다른 중요 원인이 당뇨병이다. 망막은 아주 예민하고 얇은 조직이기 때문에 약간의 출혈로도 큰 타격을 받는데, 당뇨병은 망막에서 출혈을 유발한다. 당뇨망막병증도 심하면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잘 관리하더라도 10~20년이 지나면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수 있어 당뇨병 진단 초기부터 안과 질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망막에 출혈이 생기면 그 위치가 중요하다. 망막 중심부까지 출혈되지 않았다면 레이저·약물 치료로 중심부를 보전해 시력을 지킬 수 있다. 이미 병변이 중심부를 침범했다면 예후가 좋진 않지만, 수술·레이저·약물로 중심부 신경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에는 기술 발달과 기계·약물의 발전으로 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많은 방안이 마련돼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문상웅 안과 교수는 망막에 출혈이 생긴 경우 출혈 위치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사진=강동경희대병원
채소와 등 푸른 생선에 망막 가꾸는 영양소 듬뿍
사회가 고령화하고 당뇨병·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 증가하면서 망막질환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망막을 관리하기 위한 수칙을 따라보자. 우선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질환을 잘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당뇨병이 잘 관리된다 해도 진단 후 10~15년이 지나면 눈에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일찍부터 안과를 찾아 합병증 유무를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망막의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싱싱한 채소와 등 푸른 생선 등을 골고루 섭취해 루테인과 오메가3 등의 영양소를 관리해야 한다. 당근, 브로콜리, 계란 노른자 등도 망막을 가꾸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햇볕이 강한 날에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자외선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망막에 심한 손상을 줄 수 있어서다.

문상웅 교수는 "망막질환의 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초기 단계에서 병을 진단하는 것"이라며 "시력이 약간이라도 이상해졌다면 우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증상이 심해지거나 좋아지지 않는다면 미루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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