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게이밍 모니터 시장 키워드는 '고주사율·OLED·미니LED'
[IT동아 남시현 기자] 세계 최대 박람회인 소비자 가전 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 2023)에서는 백색 가전부터 스마트 시티까지 다양한 제품과 기술력이 전시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게이밍 하드웨어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는 컴퓨터 CPU와 GPU는 물론 게이밍 디스플레이, 키보드 및 마우스, VR 및 AR 기기 등 다양한 제품들을 포괄하며, 특히 컴퓨터를 구성하는 핵심 하드웨어의 주목도가 높다. 이중 디스플레이는 매번 비상한 관심을 끄는 분야다. 예로부터 CES는 디스플레이 경쟁의 격전지였는데, 같은 맥락으로 게이밍 디스플레이가 주목받는다.
올해는 델 테크놀로지스나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업은 물론 에이수스나 레노버, MSI, 에이서, 레이저같은 게이밍 하드웨어 업체도 참가해 새로운 하드웨어들을 선보였다. 디스플레이에 한해서는 주로 주사율과 패널 종류, 스크린 사이즈 및 해상도 등이 비교되는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이 어떤 차이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CES에서 공개된 제품들을 중심으로 2023년 게이밍 모니터 트렌드를 짚어본다.
매년 격화되는 주사율 경쟁, 최대 540Hz까지 등장
주사율은 모니터의 화상이 초당 몇 회 재생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사무용 모니터는 60Hz가 기본이며, 144Hz 이상부터 게이밍 모니터로 분류한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그래픽 카드가 생성하는 신호를 더 많이 화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화면 전환이 부드럽고 끊어짐이 줄어든다. 여기서 더 좋은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면 더 프레임이 높아지며, 주사율이 높은 모니터를 써야 화상 데이터를 버리지 않고 모두 살릴 수 있다. 고주사율 모니터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게이밍 모니터의 성능이 곧 주사율이라는 공식이 세워지면서 몇 년째 게이밍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경쟁적으로 주사율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올해는 드디어 500Hz의 벽을 넘는 제품들이 등장했다. 델 에일리언웨어 AW2524H가 주인공이다.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이 제품은 FHD 24인치 평면 내 전환(IPS) 패널을 갖췄으며, 기본 480Hz 주사율에 오버클록킹을 통해 500Hz까지 지원한다. 에이수스는 한발 더 나아가 540Hz인 스위프트 프로 PG248QP를 공개했다. 다만 이 제품은 광시야각 패널이 아닌 E-TN 패널이어서 AW2524H보다는 한 수 아래다.
LCD 패널 VS OLED 패널 경쟁의 시작
매년 주사율 경쟁이 화두였지만, 올해는 패널 경쟁도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OLED는 각 소자가 빛을 발하는 특징이 있어 응답 속도가 0.03~0.1밀리세컨드로 대단히 빠르고, 명암비도 무한대다. 반면 IPS, VA 등 기존의 LCD 기술 기반 디스플레이는 응답 속도가 빨라도 1밀리세컨드, 보통 5밀리세컨드 수준이다. 여전히 주사율 면에서는 LCD 패널이 빠르지만, 응답 속도가 빠른 OLED의 단가가 규모의 경제로 낮아지고, LCD 패널과 비슷한 제품까지 내려오면서 고성능 게이밍 디스플레이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LG전자의 27형 올레드 모니터(모델명: 27GR95QE)는 27형 QHD(2560x1440) 해상도 OLED 패널을 갖춘 모니터로, 240Hz 주사율에 0.03밀리세컨드 응답속도를 지원한다. 삼성전자의 오디세이 OLED G9도 32:9 와이드 화면에 듀얼 QHD(5120x1440) 해상도에 최대 240Hz 주사율을 지원하면서 응답 속도는 0.1ms에 불과하다. LCD 기반 모니터인 AW2524H나 PG248QP와 비교해 주사율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응답속도가 백배 이상 빠르다.
이렇게 응답 속도가 빠르면 화면이 빠르게 움직일 때 잔상이 남는 현상이 없어서 실질적인 체감은 훨씬 더 깔끔하고 부드럽다. 게다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240Hz나 540Hz나 거의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게이밍 모니터 시장의 흐름 자체가 LCD 기반 초고주사율 경쟁에서 OLED 패널에서의 고주사율 경쟁으로 흘러갈 양상이 있다.
울트라 와이드와 해상도, 곡률 비교도 핵심
일반적인 16:9 비율 모니터를 와이드 모니터로 보며, 21:9나 32:9까지 더 넓어진 비율의 모니터를 울트라 와이드로 부른다.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는 두 개의 16:9 모니터가 붙은 크기여서 다중 모니터 환경에 바로 적용하기 좋고, 또 곡률이 적용됐을 때 몰입감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곡률은 모니터가 휘어진 정도를 표현하는 단어로, 곡률 숫자가 작을수록 모니터가 많이 휘어져 몰입감이 좋아진다.
삼성전자는 기존 49형보다 37%나 더 큰 57형 듀얼 UHD(7680x2160) 해상도의 오디세이 네오 G9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1000R 곡률의 커브드 형태며, 베사 디스플레이 HDR 1000을 지원하는 퀀텀 미니 LED를 장착해 최상의 울트라 와이드 환경을 제공한다. LG전자의 울트라기어 올레드 커브드 모니터는 WQHD(3440x1440) 해상도와 21:9 화면비를 갖춘 게이밍 모니터다. LG 제품으로는 최초로 800R의 곡률을 적용해 몰입감 있는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아울러 LG전자는 평면부터 900R 곡률까지 20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LG 올레드 플렉스라는 제품도 함께 선보였다. 화상은 4K(3840x2160) 해상도 OLED 패널이 사용됐으며, 120Hz 주사율까지 지원한다. 이외에도 거의 모든 제조사가 울트라 와이드 및 커브드 모니터를 공개했는데, 이 부분만큼은 주사율과 패널 성능 및 종류 등과 무관하게 꾸준히 경쟁할 것이다.
게이밍 노트북도 디스플레이 비중 높아져
게이밍 노트북은 전통적으로 프로세서와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중요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컴퓨터 수요가 노트북으로 몰리고, 게이밍 노트북을 게임은 물론 작업 용도로 활용하는 등의 사례가 많아지면서 게이밍 노트북의 모니터도 고성능화하고 있다. 델 에일리언웨어 m18은 인텔 코어 i9-13980HX가 적용된 18인치 게이밍 모니터로, QHD 165Hz 혹은 FHD 480Hz 디스플레이를 장착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17인치 노트북도 데스크북으로 분류했는데, 올해는 그 크기나 구성이 한층 더 커지는 모양새다.
레이저(Razer)의 블레이드 16 및 블레이드 18, 에이서의 헬리오스 16 및 18, 에이수스의 ROG 제피러스 G14, M16, MSI 타이탄 GT77 HX 제품은 OLED 다음 세대의 기술로 평가받는 미니 LED 패널을 적용했다. 미니 LED는 OLED와 마찬가지로 각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발하지만, OLED와 다르게 훨씬 수명이 길고 비용도 저렴하다. 기술 특성상 게이밍 모니터는 OLED를 거쳐서 갈 분위기지만, 크기가 작고 사용 기간도 긴 게이밍 노트북은 곧바로 미니 LED가 적용되는 추세다.
게이밍 모니터 매년 6% 성장, OLED와 미니 LED 대세 될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FMI)는 2022년부터 2030년까지 게이밍 모니터 시장이 연평균 6.6%씩 성장해 2030년 말에는 154억 4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2015년부터 21년까지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연 평균 5.7% 증가했고, 전체 모니터 수요에서 게이밍 모니터 비중이 증가하면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게이밍 디스플레이 시장과 직결된 PC 시장 역시 나쁘지만은 않다. 카날리스(Canalys)는 2022년 PC 출하량이 21년 대비 16% 감소한 2억8500만대라고 발표했지만, 감소한 수치도 2019년보다는 높다. 또 2022년에 정체된 수요가 2023년으로 이어지면 이후까지 성장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지만 않는다면 게이밍 디스플레이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밍 디스플레이의 세대가 LCD에서 OLED로 바뀌고 있으며, 노트북은 곧바로 미니 LED로 건너 뛰고 있다. 현재의 경제 위기가 어떻게 해소될 지에 따라 앞으로의 모니터 시장 모습이 결정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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