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위기·경제적 실익 감소···전세 소멸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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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세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고금리 및 세금 부담으로 전세의 실익이 감소하면서 전세의 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급증한 결과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총액은 1조 원에 이르렀다.
◇이자·세금 부담에 전세 실익 감소=전세 제도는 그동안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경제적 실익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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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받은 전세 보증금 1조 넘어
'빌라왕 사기' 등 신뢰 무너져
고금리·稅부담에 메리트 상실
세입자도 집주인도 월세 선호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세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고금리 및 세금 부담으로 전세의 실익이 감소하면서 전세의 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급증한 결과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총액은 1조 원에 이르렀다. 또 치솟는 금리와 보유세 부담에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증금 사고 5년 새 16배=16일 HUG에 따르면 2022년 보증금 미반환 사고로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총액은 9241억 원이었다. 5년 전인 2017년(583억 원) 대비 16배 수준이며 전년도인 2021년(5040억 원)에 비해서도 83.3% 급증했다. 이마저도 현장에서 발생한 전세 피해의 일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빌라왕’ 김 모 씨가 보유한 주택 1139채 중 절반가량은 HUG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보증보험 미가입자를 포함하면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규모는 1조 원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는 이제 막 수면 위로 떠오른 단계로 올해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에 1050채의 주택을 보유한 경기 시흥시 거주자 A 씨는 세금을 내지 않아 다수의 주택이 압류된 상태다. 그는 대다수 주택을 2021년에 매입해 지난해까지는 보증금 반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임대차 계약이 보통 2년 주기인 만큼 그가 소유한 1000여 채의 주택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자·세금 부담에 전세 실익 감소=전세 제도는 그동안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경제적 실익을 제공해왔다. 세입자는 계약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다가 계약이 끝난 후에는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었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활용해 주택 매입 자금 등을 충당해왔다. 그러나 높아지는 금리와 세금 부담으로 이 같은 실익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1금융권 전세자금대출 평균 금리는 최고 7.11%(수협은행)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기준으로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해 11월 5.8% 그쳤다. 전월세 전환율보다 대출금리가 높다는 것은 월세를 사는 것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입자가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주인에게도 전세의 경제적 실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봤다. 이전 문재인 정부 때 다주택자에 대해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자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놓아 세입자에게 사실상 세금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매매가격이 치솟으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으로 매매가를 충당하기 어렵고 다주택자에게 부여되는 보유세도 높은 상황”이라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를 외면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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