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뛰지 않아서 좋아요"… ‘분초전쟁’ 8146번 버스, 15분 빨라진 첫날
한 총리 ‘새벽 만원버스’ 민원 해결
“평소 문 닫기 어려울 정도로 꽉 차
항상 버스서 내리자마자 달음박질
새노선 환영… 늑장행정엔 화가 나”
16일 오전 3시50분, 8146번 버스가 새벽어둠을 뚫고 힘차게 출발했다.
정년퇴임 이후 10여년 동안 사무실 미화원으로 일하는 홍모(73·여)씨는 “그동안 집에서 4시에 나와서 10분을 걸어 146번 첫차를 타고 출근했는데 근무지인 역삼역 회사에 5시30분쯤 도착하면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청소를 마치기엔 늘 시간이 촉박했다”면서 “청소하는 사람들에게 아침 시간 5∼10분은 엄청난 차이인데 새로 노선이 생겨 정말 좋다”고 활짝 웃었다. 신모(61·여)씨도 “나이 60이 넘어가면 취직이 어려워서 보통 구내식당 조리사나 건물 미화원 등의 일을 많이 하는데, 이런 일자리는 주로 회사가 많은 강남에 많아서 새벽 시간에는 1분이 아까울 정도”라며 “지금까지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야 했는데, 오늘은 뛰지 않아서 좋아요”라면서 미소 지었다. 이추휘(76·여)씨도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오전 일을 끝내야 하는데, 오전 6시에 출근해서는 퇴근 시간까지 일을 마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8146번 버스는 지난 2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새해 ‘국민과의 만남’ 행사의 일환으로 ‘새벽 만원버스’에 탑승한 것을 계기로 신설됐다. 당시 146번 버스에 탔던 청소·경비 노동자 등이 애로 사항을 얘기하면서 첫차 시간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 것. 한 총리는 곧바로 서울시와 협의를 시작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버스 운전사들과 협의를 거쳐 기존 버스보다 출발 시간을 15분 앞당긴 8146번 버스를 만들어냈다.
이 버스가 운행되기 전에는 바쁜 출근길 와중에 신경이 곤두선 탑승객들 사이에서 다툼도 종종 일어났다고 한다. 경력 10년 차 미화원 홍주순(73·여)씨는 “첫차 도착 시각이 매일 일정하지 않은데, 다들 마음이 바쁘다 보니 도착시각이 늦은 날이면 기사에게 항의하고 화내는 승객도 많았다”고 했다. 나영기(54)씨도 “버스에 사람이 몰리다 보니 서로 몸이 닿게 되고,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경기 침체와 정쟁, 안보 불안으로 어수선한 새해에도 이날 만난 노동자들은 매일 새벽 쾌적한 근무 환경과 아침 식단 등을 준비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8146번 버스에 몸을 싣고 있다.
조희연·이규희·이민경·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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