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키드가 다른 라켓을 가져갔어” 위기(?) 넘긴 나달, 드레이퍼 제압
‘디펜딩 챔피언’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위기’를 딛고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총상금 7650만호주달러·약 662억6000만원) 2회전에 올랐다.
대회 1번 시드를 받은 나달은 1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남자 단식 1회전에서 2001년생 영국의 기대주 잭 드레이퍼(38위)를 3-1(7-5 2-6 6-4 6-1)로 눌렀다. 나달은 2009·2022년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호주오픈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남자 테니스 메이저 최다 22승을 달성한 나달은 윔블던에서도 4강에 올랐지만, 부상으로 기권한 뒤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후 고질적인 왼발 부상과 윔블던에서 다친 복근 등으로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슬럼프도 겹쳤다. 올해 출전한 유나이티드컵에서도 조별리그에서 앨릭스 디미노어(호주), 캐머런 노리(영국)에게 연달아 졌다. 최근 치른 7경기에서 1승6패를 기록했다.
메이저대회에서 부활을 노리는 나달은 베테랑다웠다. 나달은 이날 서브 에이스에서는 6-11로 밀렸다. 안정감 있는 첫 서브 성공률(66%)에 서브 득점 확률을 72%로 끌어올리며 드레이퍼(62%)를 상대로 경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위기도 극복했다. 나달은 1세트 접전 도중 볼키드가 주문하지 않은 라켓의 스트링 교체를 위해 가져간 것을 확인하면서 “볼키드가 (스트링어에게)잘못된 라켓을 가져갔다. 내 라켓을 빨리 가져다달라”고 심판에게 얘기했다.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나달은 미소 속에 어필을 이어갔지만, 당황한 표정까지 숨길 수 없었다. 물병 방향까지도 맞춰 내려놓을 정도로 철저하게 ‘루틴’에 따라 움직이는 나달에겐 예민한 부분이었다. 현지 해설에서는 “라켓 순서까지도 계산하는 나달에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결국 다른 라켓을 빼든 나달은 1세트를 7-5로 가져가며 고비를 넘겼다. 3세트부터 한낮 뜨거운 호주오픈 열기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코트를 폭넓게 사용하는 노련한 경기 운영까지 더해 드레이퍼를 압도했다.
여자 단식에서는 2021년 US오픈 단식 챔피언 에마 라두카누(77위·영국)가 타마라 코르파치(76위·독일)를 2-0(6-3 6-2)으로 제압했다. 라두카누는 2회전에서 카테리나 시니아코바(46위·체코)를 2-0(6-1 6-4)으로 제압한 지난해 프랑스오픈 준우승자 코코 고프(7위·미국)를 만난다. 여자 테니스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는 둘의 첫 맞대결이다.
어머니가 한국계인 제시카 페굴라(3위·미국)도 1회전에서 재클린 크리스티안(161위·루마니아)을 2-0(6-0 6-1)으로 완파하고 2회전에 안착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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